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이평수 교수

입원 환자 가족의 간병과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건강보험급여로 포함돼 확대·적용 중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송에 직접 나서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어르신들을 위해 좋은 제도를 마련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면서 이제 많은 병원들이 참여하여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만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까. 정부는 개별 병원이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조건과 보상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은 병원의 참여와 노력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9월말 현재 185개병원이 일부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새로운 서비스를 경제적, 심적 부담을 줄이면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복지부 장관이 홍보방송에서 바라는 대로 많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을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이 제공하는 것이고 병원이 바람직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적정 능력을 갖춘 충분한 수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이 필요한 양과 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담당할 능력을 갖춘 충분한 수의 인력이 공급되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기존 간호에 간병이라는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므로 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적정 능력의 인력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단순 간병에 정규간호사를 활용하는 것은 인력 낭비이며, 공급 문제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일반적인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적정 능력과 수의 인력이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공급된 인력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필요한 병원에 근무할 유인력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광역시에 위치한 대형병원들이다.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간호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전 국민 건강보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지역에 따라 차별적인 서비스를 받는 형평의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형평하게 제공받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비롯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환자안전 강화 등으로 간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비한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 공급은 면허나 자격인력의 배출 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이어야 한다.

공급의 총량이 확보되더라도 활동인력이 필요한 병원에서 근무할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즉, 간호인력이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도 근무할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유인력의 가장 직접적인 조건은 임금수준이다. 현재 대도시의 대형병원과 중소도시나 농어촌 중소병원의 임금 지불능력은 차이가 크다.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면 병원들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그 결과로 대도시와 기타 지역 주민들 간 서비스의 형평성 문제도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양적 확대 보다는 국민들이 형평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도외시하고 병원에 책임을 미룰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필요 인력의 양적 확보와 동시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지역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바람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차별화된 지원이 제도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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