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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정신질환자, 예술로 치유하다국내 최초로 용인정신병원에 문을 연 ‘리빙 뮤지엄 코리아’
때 아닌 추위에 온몸이 움츠러들었던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용인정신병원에는 하루 종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늘 지켜보고 서있을 것 같아 피해 다니기 일쑤였던 병원 보안실(구 용인정신의학연구소건물)이 환자들의 창작공간인 ‘리빙 뮤지엄 코리아(Living Museum Korea)’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날 문을 연 리빙 뮤지엄 코리아의 건물 외벽은 정신병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다.

표지판을 따라 리빙 뮤지엄 코리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Helen anf Henk, Sunbu Jean, Miyoung Jang, Dongki Kim 등 아티스트 이름이 걸려있다. 정면에는 리빙 뮤지엄을 상징하는 티셔츠와 그림이 전시돼 있다.

165㎡(약 50평) 남짓 규모의 리빙 뮤지엄 코리아는 한국에 최초로 도입됐다. 이곳에서는 환자들이 아무런 제약과 규칙 없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가르치지 않고 오롯이 내재돼 있는 감정을 예술로 표현하게 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뉴욕의 크리드무어 정신병원에서 30년 전부터 운영, 지금까지 수천명 환자들의 치유공간이자 공동체 공간이 됐다.

리빙 뮤지엄 코리아 김성수 디렉터(정신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은 질환 자체로도 큰 고통을 안겨주지만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환자를 소외시켜 왔다”면서 “질환 특성상 쉽지는 않지만 리빙 뮤지엄 코리아는 환자들의 탈원화와 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우리의 노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용인정신병원은 리빙 뮤지엄의 장소에 선언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병원의 가장 중심에 있어 전체를 모니터링하는 공간이었던 보안실을 선택한 것이다. 일종의 팬옵티콘(원형감옥)으로서의 장소를 리빙 뮤지엄으로 바꾸면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지 모를 정신질환자에 대한 팬옵티콘을 없애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특별히 이날은 한국에서의 리빙 뮤지엄 운동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과 스위스, 네덜란드의 리빙 뮤지엄 디렉터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각국의 리빙 뮤지엄을 통해 활동하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흔쾌히 제공해 리빙 뮤지엄 코리아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도록 했다.

그렇게 모인 아웃사이더 아트 작가들의 작품만 60여점, 사진과 공예, 조각은 물론 추상화, 작품집까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특히 뮤지엄 한 가운데에는 리빙 뮤지엄 운동의 시초가 된 크리드무어 정신병원의 리빙 뮤지엄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진도 전시됐다.

김성수 디렉터는 “이 공간은 네덜란드의 동료지원가인 헬렌과 행크가 참여해 함께 만들어갔다”면서 “네덜란드의 모든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과 편지를 담아 보내왔으며, 동료지원가와 함께 벽화를 그렸다. 우리 병원에서 매달 열리는 댄스파티에도 함께 하고 입원환자를 위한 오프닝 세레모니에도 함께 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리빙 뮤지엄 뉴욕의 Alexandra Plettenberg 디렉터는 “창조성은 정신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그런 점에서 예술을 통해 회복되고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예술가로 정체성을 바꾸게 한다”며 “무엇보다 그들의 주변 환경과 가까운 사람들도 모두 변화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에서 문제라고 여겨졌던 사람들이 중요한 자원이 되는 활동은 유지돼야 하고 이러한 안식처가 필요하다”면서 “리빙 뮤지엄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머무는 공간이 돼야 하고 또 일반인들이 찾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뮤지엄에 와서 목격하면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빙 뮤지엄 스위스의 Rose Ehemann 디렉터는 “20년 전 뉴욕의 리빙 뮤지엄에 발을 디뎠을 때 창조적 에너지에 압도당했다”며 “유럽으로 돌아와 리빙 뮤지엄을 열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스위스에서 시작해 14년째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변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일보다 보람이 있고 충족감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스위스는 미술뿐만 아니라 조각, 음악, 유리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 리빙뮤지엄 건물은 3층 규모의 1,322㎡(약 400평)에 이르며 하루 방문하는 회원수만 120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쌓아온 환자들의 실력은 지역에서 전시회와 음악공연 등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곧 2곳에 리빙 뮤지엄이 추가로 오픈될 예정인데 Rose Ehemann 디렉터는 한국에도 용인정신병원을 시작으로 제2의, 제3의 리빙 뮤지엄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고,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망상이라고 외면당했던 정신질환자들의 환상을 예술작품으로 바꾼 미국 야노스 마튼 리빙 뮤지엄 뉴욕 관장의 말이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양금덕 기자  truei@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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