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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기간은 단축됐지만 교육과정까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대전협 김현지 평가수련이사 "전공의 의견 반영된 수련과정 개편안 기대"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내과 전공의 285명을 대상으로 수련교육 과정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7년부터 내과 수련기간이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지만 누구도 내과 수련교육 과정 개편에 대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묻는 이가 없었기에 수련기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래진료나 협진, 타과 파견 등에 대해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전협의 이같은 설문조사는 시의적절했다. 특히 주치의 1인당 환자 수, 수련 기간 중 외부병원 및 타과 파견, 원하는 술기의 종류나 횟수 등은 전공의들의 생각이 반영되기보다는 학회나 병원들의 요구에 의해 정해졌던 점이 없지 않아 이번 설문조사가 수련기간 동안 전공의들이 원하는 수련 항목들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를 대한내과학회에 전달해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내과 연차별 수련교육 과정 개편에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얻기도 했다.

이에 최근 설문조사를 주도한 대전협 김현지 평가수련이사(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3년차)를 만나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된 목적과 결과, 학회와의 의견 조율 과정 등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뒷이야기를 들었다.





- 내과 수련교육 과정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수련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내년부터 내과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개편된다. 내과학회에서는 10년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통보 받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과 전공의의 한명으로서 굉장히 서운했다. 이렇게 중요한 사항이 결정되는데 ‘왜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련기간 단축은 이미 결정됐고 이것을 전공의들이 나서서 왈가왈부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빠르게 접근방향을 바꿨다. 수련교육 과정 개편을 기회로 이참에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담은 수련과정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과학회에 무턱대고 찾아가 대전협이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 진행할 테니 그 결과를 개편안에 반영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내과학회에서 이를 수락했다.

-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무엇인가.
‘주치의 1인당 최대 진료 환자 적정 인원 수’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상당수 병원에서 주치의 한 명이 30명 이상의 환자를 케어하고 있는데 설문조사에서 전공의들은 주치의 1인당 원하는 최대 진료 환자 적정 인원을 10~15명 정도라고 답했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환자 수와 현실과의 차이가 상당했던 것이다. ‘주치의 1인당 최대 진료 환자 인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 라는 항목에도 무려 95%가 넘는 전공의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 수위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평가 항목으로 삽입’하고 ‘수련환경 평가에 반영하거나 위반 시에는 병원 측을 적극적으로 처벌해달라’고 했다.

“주치의 1인당 환자수, 수련환경평가 항목에 넣을 수 있도록 할 것”

- 전공의들이 원하는 주치의 1인당 환자 수와 현실이 너무 큰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호스피탈리스트다. 병원들이 호스피탈리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주치의 1인당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 주치의 1인당 환자 수는 환자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다. 전공의 수련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공의특별법이 통과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일단 규제를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주치의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수련환경 평가 항목에 넣으려고 한다. 실제로 수련환경 평가에 반영하고 위반 시 병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대전협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 예상 밖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인가.
‘수련병원 외 1차 혹은 2차병원으로 파견을 원한다’는 항목에 75%의 전공의가 파견수련을 원한다고 답했는데 이렇게 많은 전공의들이 파견 수련을 원할 줄 몰랐다. 솔직히 1,2차 의료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수련의 질이 떨어져서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들은 지역사회에서 흔한 질환을 경험하기를 원했고, 류마티스나 내분비, 알레르기 질환처럼 외래중심적인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싶어 1, 2차 병원으로의 파견을 희망하고 있었다. 내과 외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같은 타과 파견을 원하는 전공의도 무려 86%에 달했는데 이런 결과를 종합했을 때 전공의들은 포괄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수련 과정을 원하는 것 같더라.

-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면 타 병원이나 타과 파견이 힘들어지는 것 아닐지.
현실적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병상 수 대비 주치의 수가 너무 부족해 4년차 전공의까지 주치의를 하는 병원들이 많다. 3년차들도 거의 대부분 주치의를 하고 있다. 입원 환자만 진료하는 내과 전문의가 생겨 외래 환자에 대한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개편되는 수련과정에서는 3년차 전공의는 주치의를 하지 않아야 된다. 구분해서 말하자면 1년차는 병동 입원환자, 2년차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주로 수련해야 하며 3년차는 외래 진료와 타과 파견, 술기 수련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3년차는 주치의를 맡지 않는다고 개편안에 명시되기를 원하지만 거기까지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수련병원 외 1차나 2차 병원으로의 파견에 대해서도 학회는 수련의 질 관리에 문제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지금 당장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다양한 수련을 해야만 질 좋은 내과 전문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분과별 필수 이수 항목을 정해 지도전문의에게 확인받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아직도 교수와 전공의는 전통적인 도제 시스템을 따르고 있어 전공의 수련 과정에 교수들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우려를 갖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그래서 부정적이라는 입장이 많이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술기 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교수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답변이 아닌 ‘평가 항목이 너무 많다’거나 ‘수행 완료를 하지 못했을 때 불이익 받을까 걱정이다’라는 답변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내과학회에 전달했고 전공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오히려 내과학회에서는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서명을 남발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 설문조사에 호스피탈리스트와 관련한 내용도 있던데.
원래는 내과 수련과정 개편에 대해서만 조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설문 문항을 만들다보니 주치의 1인당 환자 수도 제한하고 외부 병원 파견 및 타과 수련을 받으려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인데 아직까지 지원율이 너무 낮다. 그래서 그 원인을 파악해보고자 했다. 지금 내과 3, 4년차들이 잠재적인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자들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 부분에 제도 개선의 초점을 맞추면 호스피탈리스트 사업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호스피탈리스트에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18.6%였지만 여건이 나아진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82.8%로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한 생각은.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에 호의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놀랐다. 지금 전공의 세대들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다. 일과 개인 생활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근무시간과 오프가 명확하다’는 답변이 1순위를 차지했다고 본다. 또 호스피탈리스트는 최소 중소병원 이상에서 근무할 수 있으니 근무 여건도 나쁘지 않다. 이런 부분이 전공의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의 성공, 전공의특별법 안착과도 연관”

-현재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의사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다. ‘제도가 성공할지 믿음이 안 간다’, ‘계약직이라 고용이 불안하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을 보면 아직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같다. 향후 3년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정착하는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원율도 크게 오를 것이다. 병원 측에서 좀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현재 호스피탈리스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빅5병원이 아니다. 전문의들이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성공은 전공의특별법의 안착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기에 병원들이 얼마나 전공의특별법을 준수할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 이것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전협, 내과 수련위원회에 전공의 참여 요청…학회도 긍정적

- 이번 설문을 통해 내과학회와는 어느 정도 의견을 나눴나.
설문 준비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의견을 나눴다. 또한 전공의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곧 수련교육 개편안이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전협은 이 개편안의 의미를 1차 완성본이라고 생각한다. 독립된 병원신임평가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전공의들의 의견을 담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설문조사 준비부터 그 이후 과정까지 내과학회와 대전협이 전례가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앞으로도 이 관계를 유지 할 계획이다. 많은 내과 전공의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설문조사에 참여했기에 내과학회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설문조사 결과 반영 이외에 다른 요구사항은 없었나.
단순히 설문조사 결과를 건네고 개편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 버리면 이것은 1회성 사업에 머무르게 된다. 내과 수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개정안에 대한 수정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련되는 개편안이 정확히 준수되는지 여부다. 그래서 대전협은 내과학회에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는 수련위원회를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과학회에서도 이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학회 내 수련위원회에 전공의 참여를 요청한 것은 내과학회가 처음이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다른 학회들과도 이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렇게 많은 전공의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할 줄 몰랐다.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설문 조사에 참여해 힘을 실어줘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대전협은 전공과를 불문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광석 기자  cks@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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