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초대회장을 맡은 축령정신병원 김지민 전문의

지난 9월 28일 대한민국 검찰이 경기 북부 일대의 정신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3명을 정신보건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 39명이 대거 포함돼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의 벌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들은 벌금이 아닌 공동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기소된 이유가 다름 아닌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당일 서류 미비’이기 때문이다. 봉직의는 형사 책임의 주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더기 기소된 데다, 의료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검찰의 조사에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를 발족시키는 계기가 됐다. 초대 회장은 이번 사건의 공동대응을 위해 꾸려졌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시립 축령정신병원 김지민 전문의가 맡게 됐다. 뜻을 함께 하겠노라 회원으로 가입한 봉직의들만 현재 320여명에 달한다.

그저 환자만 생각하고, 환자 진료에만 전념해온 평범한 전문의였던 그가 왜 봉직의협회장을 맡게 됐는지, 봉직의들이 협회까지 구성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협회 창립 직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경기북부 기소 사건은 수년간 곪아온 정신과의 오래된 문제들이 터진 것”이라며 “지금처럼 법대로 하겠다면 전국의 정신의료기관 중 안 걸릴 곳은 단 한곳도 없다. 그렇다면 현장이 아닌 법이 잘못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 봉직의협회 발족 이유가 궁금하다.


봉직의협회 조직은 경기북부 기소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정신과의 오래된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정신과 수가가 2008년 이후 동결되면서 정신의료기관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입원 밖에 없다. 더욱이 환자의 70%가 의료급여 환자라서 경영을 이유로 입원을 강요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병원 잘못이 아닌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강제입원제도는 정신과에만 특수적으로 있는 제도인데 이번에 논란이 된 서류미비나 퇴원명령 불이행 등도 정신과 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 경기북부 기소사건의 피해 당사자라고 알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한 이유와 조사를 받았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검찰 발표를 보면, 3월에 제보를 받았다고 하더라. 이후 보건소로부터 환자 관련 정보를 달라는 공문을 받았고 5월에 병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8월에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까지 나는 내가 피의자 신분인지조차 몰랐다. 조사받는 과정에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대답하라는 강요를 당했고 대답하지 않자, ‘의사가 맞느냐, 니가 입원시킨 환자를 니가 책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말해 모멸감을 느꼈다. 결국 검찰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지 않고 환자를 입원시켰다며 ‘증빙서류 미비’를 이유로 나를 기소했다.

- 기소된 이들이 다른 병원에도 많은 것으로 안다.

검찰은 이번에 총 16개 정신의료기관에서 67명을 정신보건법 위반으로 적발했다. 이중 53명이 기소됐고 이중에 봉직의가 39명이다. 원장 14명도 기소됐는데 6명은 정식 기소를, 나머지는 약식 기소했다. 이들은 증빙서류 미비와 비대면 진료 입원, 소견서, 퇴원명령 불이행 등 허위 작성 등으로 기소됐다.

우리가 쟁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증빙서류 미비’다. 이는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및 시행규칙 14조에 따라 입원을 시킬 주체이자 서류를 받을 의무를 수행할 형사책임의 주체는 정신의료기관장이다. 그런데 정작 원장이 아닌 봉직의만 기소됐다. 일부 원장이 기소된 경우도 기관장이 아닌 정신과 전문의의 자격으로 기소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기획수사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퇴원명령 불이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와 조사를 했는데 해당 건수가 적으니 대상을 넓혔다.

- 서류미비나 퇴원명령 불이행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 처지에 따라 유예를 주는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정신과의 경우 법을 타이트하게 적용하면 진행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검찰은 야간이나 주말에 입원을 하는 경우에도 관련 증빙 서류를 받으라고 하는데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알코올 중독 등 밤에도 환자 증상이 악화되고, (증상에 대한)인식이 없다가 심해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환자 입원의 대부분이 야간과 주말에 몰려있다. 그러면 사실상 서류를 구비하기가 어렵다.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관공서나 무인발급기는 야간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복지부 안내서에도 부득이한 경우 7일 이내 서류를 구비하라고 돼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당일 발급한 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 어느 전문의가 소리를 지르고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를 서류가 없다며 돌려보낼 수 있겠나.

- 비대위를 만들어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비대위는 지난 9월 4일 봉직의 8명을 시작으로 첫 회의를 가졌다. 현재는 법적대응을 위한 로펌 선정을 준비중이다. 로펌 10곳으로부터 수임제안서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 12월경 약식명령이 떨어지면 일주일 내 정식재판을 하겠다다는 의사를 표현할 것이다.

현재까지 기소된 봉직의 39명 중 31명이 공동대응을 하기로 했다. 다른 봉직의들은 병원장과 같이 대응하겠다고 한다. 약식명령이 떨어졌을 때 벌금을 내겠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국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책임을 의사와 보호의무자에게 떠넘겨 놓고 이제와서 범죄자로 몰고 있는데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검찰 또한 정신보건법 등 법에 미비한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신보건법이 개정되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봤을 때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서류제출도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제도가 의료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 100%가 위법이 되는 상황이라면 현장의 잘못인지, 법의 잘못인지 따져야 하지 않나.
무엇보다 정신과 문턱을 넘기 어려운 우울증 환자에 대해 최대한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강제입원 등으로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 봉직의협회는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협회는 무엇보다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의료기관을 계도하고 가이드라인을 배부해 진료 현장 내에서 불법 행위 강요를 방지하고 봉직의 교육을 통해 이번 사건과 같은 무지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할 것이다.

또 봉직의가 정당한 근로조건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것이다. 지금도 봉직의들은 근로계약서 없이 근무하면서 부당해고를 당한다. 결국 봉직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치료권을 보장해 궁극적으로는 환자 및 보호자의 권익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협회가 바라는 길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사건은 경기북부를 시작으로 현재 인천, 충청, 강원, 경상, 제주 등으로까지 조사가 확대됐다. 전라도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입원 필요성 여부는 의학적 결정이지만 동시에 강제성도 포함된다.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강제입원 결정 등이 까다로워졌지만 의사가 입원여부에 대해 의학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강제입원 등에 대한 외부의 시각과 논란에서 의사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의사들도 이제는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보호장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스스로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명확히 이해하고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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