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 토론회서, 대학병원·민간·지역·국립병원서 우려 한목소리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동의입원제도를 도입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요건을 강화하는 등 정신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현실을 간과한 규제로 인해 새로운 입원환자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입원환자까지 갈 곳을 잃는 등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내년 5월 대란은 훨씬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당장 새로 입원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입원환자들도 개정법을 적용해야 한다. 또 (입원시) 2명이상의 전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중 1명이 국공립병원의사인데 이중 포함되는 대학병원 등 전문의 인력으로 몇십만 명의 환자 평가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입원 판단 시 대면으로 할지, 서면으로 할지, 필요시 서면으로 가능하게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7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아 미리 정해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응급입원이나 비 자입원이 민간병원에서 어려워하는 만큼 권역별 거점의료기관에서 응급환자를 더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도 “이번 정신보건법 개정이 불필요한 입원을 막는 것인지 부당한 입원을 막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한다”면서 “전국에 (정신과에) 8만 베드가 있는데 다수가 부당한 입원인지 아닌지 (정부가)구체적인 데이터는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서 정신과 의사가 돈만 아는 가해자 취급을 받고, 보호자가 환자를 병원에 가둬놓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과연 이번 개정안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들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 원장은 “2명이상의 다른 기관 정신과 의사가 진단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1명이 국공립병원 의사로 규정됐는데 민간 입장에서는 답답하다”면서 “국공립병원(의사)의 능력에 비해 우리(민간의료기관)는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과 의무는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이명수 센터장은 “입·퇴원 제도 중 시장·군수·구청장을 보호의무자로 하는 규정이 삭제됐는데, 지자체가 취약계층에 대해 관리하는 의무가 있는 유일한 조항이었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응급만 케어 하겠다는 것인데 보호의무자도 없는 환자는 방치가 될 것이다. 기존에도 병원에 환자를 방치해왔지만 일말의 찝찝함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거기에서조차 해방시켜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센터장은 “개정 정신보건법에서는 병원은 치료 기능만 남겨두고 지역사회에서 보호 기능을 하라고 하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보건, 보호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의 정신과 의사가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원적정성 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천영훈 원장은 “입원적정성 심사를 할 때 필요시 조사원을 파견하는데 그 자격은 어떻게 정할 것이냐. 장애심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간호사, 조사원 등이 조사를 할 수 있지만 과연 정신과 의사가 입원을 결정하고 진행한 것을 조사원의 자료로 적절한 심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조근호 과장은 센터에서 입·퇴원 매뉴얼 개발 및 교육, 입·퇴원 전산 시스템 구축, 입원적정성심사위원회 시범사업 등 정신건강법 시행을 앞둔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련의 추진일정을 공개했다.

조 과장은 “ 의사가 진단을 하는 것은 맞지만 격리는 국가의 판단 영역으로 바뀌는 것 같다”면서 “또 정신건강종합대책에서 정신과 병상을 10%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정신과전문의 수요가 140명 감소한다. 병원에 갈 데가 없으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하므로 환자의 탈원화를 하려면 정신과 의사도 탈원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신과 의사가 탈원하려면 경험과 자신감도 가져야하고, 진료실이 아닌 현장에서의 역할을 발굴하고, 의사의 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임예슬 사무관은 “정신보건법 개정에 따라 동의입원제도가 신설, 본인과 보호자 동의로 입·퇴원을 신청하더라도 정신과전문의 진단으로 72시간까지 제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경기북부 사건 등에서도 전문의가 여러명 기소됐지만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하면 퇴원을 시켜야 한다. 자의입원제도를 환자도 병원도 꺼려해 동의입원제도가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5월 30일에는 입원제도를 다 바꿔야 한다. 입원한 환자도 입원요건을 강화해 계속심사주기를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만큼 그때 대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그전에 현재의 입원환자들을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으로 꼭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는 2명 이상의 전문의 권고가 있어야 입원이 가능하지만 입원적정성심사는 1년간 유예기간이 있어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라며 “서울과 경기권, 지방에서 1곳씩 국립병원에서 입원적정성 심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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