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 마지막 항생제 카바페넴도 내성인 슈퍼박테리아…중환자에겐 치명적

대학병원들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장내세균에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항생제인 카바페넴에도 내성인 생긴 CRE는 슈퍼박테리아, 악몽의 박테리아(Nightmare bacteria)라고도 불린다. 일반인은 CRE에 감염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지만 중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CRE 감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들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CRE 감염 환자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서울의 A대학병원은 최근 일반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가 상태 악화로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CRE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A대학병원은 이미 ‘CRE 아웃브레이크’를 겪었던 터라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모든’ 환자들에 대해서 CRE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었다. 3일 뒤 나온 검사 결과, 이 환자는 CRE에 감염된 상태였다.

병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해당 환자를 격리 조치했으며 주변에 있던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6명에게 전파돼 이들 모두 격리했다.

대장균 전자현미경 사진(출처 : 질병관리본부)


A대학병원 뿐 아니다.

최근 B대학병원은 요양병원에서 온 CRE 환자 때문에 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B대학병원은 CRE 환자를 발견한 즉시 주변 환자들도 검사해 CRE 감염 여부가 확인되면 격리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렇게 잡히는 듯했지만 2개월이 지나 또 다시 CRE가 검출되면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B대학병원은 이 일을 겪은 뒤 요양병원 등에서 중환자실로 전원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CRE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C대학병원도 비슷하다.

CRE 환자가 처음 발견돼 격리 조치 등을 취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했다. C대학병원은 병동을 폐쇄하고 환자들도 모두 격리 조치했다. 이 일로 C대학병원은 CRE 발생 건수가 전국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통계 자료는 예상과 달랐다. 표본감시 기관 115개소에서 신고한 CRE 발생 건수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CRE 아웃브레이크를 겪으면서 우리 병원의 CRE 발생률이 다른 병원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체 통계 자료를 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병원들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CRE 증가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CRE 등 항생제 내성균 6종을 지정감염병으로 분류해 115개 표본감시 기관에서 감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혈액검체에서 CRE를 분리한 건수는 2013년 153건에서 2015년 32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혈액 외 임상검체에서 CRE를 분리한 건도 2013년 1,686건에서 2015년 2,253건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 수치만으로는 우리나라 CRE 감염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표본감시는 상급종합병원 등 감염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인 보고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항생제 내성균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는 요양병원 등은 실태 파악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17년 1분기 내에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표본감시 대상인 CRE와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VRSA)을 전수감시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는 “표본감시 내성균 6종 가운데 아직까지 국내 발생건수가 없거나 토착화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내성균 2종을 전수감시해 조기 발견 및 신속 대응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RE 등 항생제 내성균 발견 이후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CRE는 토착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관련 감염으로 1년에 3,000~5,000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이 상태로 CRE가 토착화되면 사망자는 1만~1만5,000명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항생제 내성균 보균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이 없다. 중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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