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한방, 표준화된 진료지침없어 자보 과잉청구 노출”

심평원 심사기준 마련 법적 근거 필요…한의협 “높은 만족도로 환자가 증가한 것”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통원진료비의 경우 한방이 의과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병·증상별 한방 표준진료지침을 만들어 심사 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방 진료는 의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급여 항목이 많지만, 표준화된 임상진료지침이 미흡해 의료기관간 진료비 편차가 크고 이로 인해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급증과 안정화 방안(송윤아 연구위원)’을 주제로 한 리포트를 공개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5,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9.3%가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 6.9%보다도 높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원은 “한방진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통원진료비의 경우 한방이 의과를 추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 증가율은 전년대비 32.7%로, 의과 진료비 증가율 3.8%의 8.6배에 달하며, 건강보험에서 한방진료비 증가율 2.1%와 비교해도 16배가 많다.

또 한방진료비는 자보 전체 진료비의 23%로, 건보에서의 한방 진료비 비중 5.2%와 비교해도 매우 높다.

건보에서는 줄어든 한방진료비, 자보에서는 증가?

특히 자보에서 한방 진료비 비중은 2014년 19%에서 2015년 23%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건보에서는 한방 비중이 같은 기간 5.4%에서 5.2%로 미세하게 하락했다.

연구위원은 자보의 한방진료는 통원이 중심이 되고, 지난해부터는 통원진료비가 의과를 추월한다고 분석했다.

한방 진료비 전체에서 한방 통원 진료비의 비중이 78.1%에 달하고, 의과 진료비 중 통원의 비율이 21%인 만큼 한방 진료비의 급증은 한방 통원진료비 급증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부터는 자보에서 한방 진료비 비중(52.5%)이 의과(47.5%)를 추월했다. 이와 반대로 건보에서는 한방진료비 비중이 9.2%에서 8.8%로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방이 의과에 비해 건당 진료비, 인당 통원진료비, 통원 치료기간 등 진료 행위량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건당 총진료비는 한방과 의과가 유사하지만 건당 통원진료비만 보면, 한방병원이 의과병원의 1.9배, 한의원이 의원보다 2.5배 높았던 것.


또 환자 1인당 통원진료비도 한의원이 의원보다 4.2배 높고, 상급종합병원보다도 1.6배가 높았다.

이는 한방의료기관이 의과에 비해 통원 치료기간이 장기간이기 때문인데, 특히 한의원은 평균 통원일수가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가장 길었다.

건보서 비급여, 자보에서는 실구입비로 인정

더구나 한방은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 항목이 자보에서 급여로 인정되다보니 전체 한방진료비 증가를 야기했다.

한방진료비를 건보와 자보로 비교하면, 건보보다 자보에서 한방진료비가 2배 높았던 것.

이는 건보에서는 한방첩약, 한방탕전료, 한방관련 의약품,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을 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워 비급여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실손의료보험에서도 한방 비급여는 보장에서 제외된다”면서 “한방은 의과에 비해 비급여에 대한 진료항목이 세분화 돼 있지 않아 보장대상 확인이 어렵고 처방도 치료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제외된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자보에서 한방첩약, 약침술, 추나요법 등에 대해서는 수가가 마련돼 고시됐지만, 한방관련 의약품, 한방물리요법 등은 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실구입가 또는 진료에 소요된 실제비용만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자동차보험에서 청구된 금액이 지난해만 1,636억원으로 전체 자보 한방진료비의 46%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한방첩약비가 973억원으로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60%이며, 추나요법이 20.5%, 약침 12.1%, 한방물리요법 7.6% 순이었다.

비급여 기관별 격차 커...과잉청구 통제기전 없어

특히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한방물리요법은 전년대비 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고, 한방의료기관별 청구가격 편차가 크다.

연구원이 다빈도 경상환자를 대상으로 한방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주요 비급여 처치의 1인당 평균 비용을 상하위 10%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추나요법은 33배까지 차이가 났다. 그 외 첩약도 9배, 물리요법도 16배, 약침술도 17배 차이가 났다.

이처럼 자보에서 한방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한의계의 마케팅 강화, 정부 및 지자체의 나이롱 환자 단속에 따른 통원치료 증가, 한방진료 접근성 증대, 고가 비급여 항목 위주 치료에 기인한 결과라고 연구원은 풀이했다.

연구원은 “최근 주택가, 사무실 밀집지 등에 한방의료기관이 급증함에 따라 경상환자에 대한 통원·보존적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방 비급여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이 없는 자보 특성으로 인해 건보에서 인정되는 치료대신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방 비급여 비중이 높은 자보 특성에도 불구하고 한방 비급여 진료비 과잉 청구 통제와 관련된 법령·기준은 미흡하다”면서 “무엇보다 상병·증상별 한방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 심사 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한방물리치료와 한방관련 의약품의 수가를 정해서 가격통제를 해야 하고, 심평원이 적시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국민의 한의의료기관 자동차보험 적용 인지, 한의 치료에 대한 환자의 높은 만족도, 치료 효과성 등으로 인한 자동차보험 환자 유입에 따라 진료비가 증가한 것”이라면서 “막연하게 고가 비급여 항목 위주의 치료를 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첩약과 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은 심평원 자문위원회의 심의사례와 국토교통부의 행정해석 등 구체적인 심사기준에 따라 엄격히 심사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