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특별법,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악법"


9월말 시행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전면 재검토를 위해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대응에 나선다.

의협과 병협은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재산권을 불합리하게 제한하고, 영리민간보험사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옥상옥의 불필요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죄를 신설, 기존 사기죄에 비해 처벌을 강화했다.

보험회사에 수사의뢰권을 부여하는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간보험의 입원 적정성에 대한 심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의협과 병협은 “사기죄가 현행 형법 등에 규율돼 있어 그 처벌이나 예방적 기능이 충분히 작동되고 있는데, 민간보험에 대한 경제사범인 보험사기범의 처벌을 위해 보험사기죄를 신설하고, 그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규율대상 및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입법의 필요성과 실효성이 의문일 뿐만 아니라, 국가 형벌권의 과다한 행사”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경우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지급청구를 위축시켜 영리보험사의 이득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보험에 대한 입원 적정성 심사를 심평원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평원은 전 국민이 부담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설립·운영되는 건강보험의 공적 심사기구인데, 여기에 민간보험에 대한 입원의 적정성 심사를 강제로 맡기는 것은 소수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적기구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과 병협은 "심평원에서 건강보험재정 논리에 따른 경제적 기준에 의해 보험사기죄로 의뢰되는 경우 의료인은 최선의 진료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학적 전문성과 관계없이 보험사기 방조에 해당 될 위험이 있고 그간 성실하게 민간의료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는 의료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영리보험사의 이득을 위해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과 병협은 "심사기관은 의학적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나 기타 의료분쟁에 따른 형사 절차와 마찬가지로 의료전문가 단체를 통한 사실조회나 감정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보험사로 하여금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보험가입자측(보험수익자)의 개인정보 및 재산권(보험금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정립과 민간보험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험회사의 이익에 치우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가입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과 병협은 국민의 건강권, 의료 이용에 대한 선택권, 성실하게 납부한 보험가입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 의협 산하에 '실손의료보험 대책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한편, 병협과 의협이 적극 공동 대응하여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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