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서소영 부장, 'HiPex 2016 컨퍼런스'서 빈도로 말하는 환자경험평가 방향 소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경험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에서는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들의 경험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병원 줄 세우기’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경험이란, 기존의 환자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난 뒤에 느낀 경험을 다소 객관화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환자경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분야의 각광받는 주제중 하나로, 이미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 등 OECD 국가 중 상당수가 국가단위의 환자경험을 측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환자경험과 서비스 디자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정한 병원혁신을 꾀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심평원도 오는 22일 명지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16 컨퍼런스’에 연자로 참석해 ‘환자경험의 평가(해외 동향과 국내의 전망)’에 대해 강연한다. 심평원이 그리고 있는 환자경험평가는 무엇일까. 이날 강의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줄 서소영 평가1부장을 미리 만났다.


시대가 변했다
. 병원평가는 환자중심으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사실 1981년부터 시작됐다. 병원협회가 주관해 병원표준화 심사가 이뤄졌는데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의료기관 단위로 질향상 활동이 이어졌고 심평원이 독립된 기구로 설립된 2000년부터 지금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가 시행됐다. 평가 항목은 계속 늘어 올해만 37개로 이중 환자경험평가가 새롭게 도입된다.

지난해 이미 한차례 예비평가를 마친 환자경험평가는 일종의 환자중심성 평가로, 의료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여러 국가의 보건의료체계 성과의 한 요소라는 게 서소영 부장의 설명이다.

서 부장은 “외국에서의 환자 경험은 환자중심성(Patient-centeredness)을 보는 것으로, OECD에서는 보건의료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Framework에 환자중심성 영역이 포함돼 있다. 환자중심성이 의료 질을 높이는 핵심지표로 정착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은 2000년 초반부터 환자경험을 평가해왔고 캐나다는 2년 단위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등은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성과기반 지불제도에도 활용하고 있다. OECD국가 간에도 환자경험에 대한 국제 비교를 할 정도로 이미 정착돼 있다.

물론 외국에서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국내에도 도입돼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서 부장은 “외국과 의료지불제도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지만 환자 건강에 대한 의료계의 목적은 같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전체적인 가치관은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기존에 공급자중심의 평가였다면 이제는 환자를 중심으로 한 평가가 필요하다. 기존에 해왔던 환자만족도 조사와는 다른 평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족도라는 주관적 평가 대신 빈도로 경험 평가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국가고객만족도조사가 시행된 이래 다양한 만족도 조사가 진행됐다. 현재도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체로 빅5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산업고객만족도조사와 지역거점 공공기관 운영평가 등이 실시되고 있다.

서 부장은 “환자만족도 조사는 환자 개인의 기대치와 가치 판단이 포함돼 있어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다”며 “이를 좀더 객관화 한 것이 환자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에 경험에 대한 빈도를 측정하는 것인데, 기존에 만족을 했느냐 하지 않았냐는 가치판단이 아닌, 빈도 개념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투약이나 처치 후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잘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응답자는 ‘항상 그랬다’, ‘대체로 그랬다’, ‘가끔 그랬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등으로 빈도를 가늠케 해 경험에 따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경험평가는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검사/처치에 대한 설명 ▲통증 조절 ▲치료과정 중 참여 및 배려 ▲퇴원 후 설명 ▲병원 환경 ▲공평한 대우 및 권리보장 등 9개의 환자경험 영역과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만족도와 추천여부 등 9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현재 환자경험평가 분과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평가도구나 평가범위, 평가산출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지만 지난해 1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예비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경험을 통한 의료질 개선, 의료계가 핵심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고개는 많이 남아 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않아 분과위원회 논의에서도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 그러나 서 부장은 의료계에서도 환자중심의 평가의 필요성과 당위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본 평가에 대한 공감과 논의를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서 부장은 “외국에서는 환자의 경험에 대한 보고로 평가의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시작단계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그 트렌드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어 힘들긴 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환자가 보고하는 결과에 집중해야한다. 임상적인 치료결과에 대해 환자의 삶의 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의료기관에서도 환자만족도 조사를 해서 서비스의 문제점 등을 파악해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다. 나아가 환자경험은 환자에게 더 많은 설명을 해 의료진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의료쇼핑도 줄이고 의료비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사실 치료과정에서 환자는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해도 선뜻 의료진들에게 질문할 수 없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환자경험을 묻는다는 것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평원 평가가 공개를 원칙으로 하다보니 주관적인 것을 평가해 정보의 왜곡이 생기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냐고 우려한다”며 “그러나 심평원도 의료계도 모두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향해 가는 만큼 그 뜻에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결국 심평원은 이번 평가가 상병과 시술 중심의 과거 적정성 평가의 방향에서 수요자 관점으로의 진입을 하는 초석이 될 것이며 이 핵심에는 의료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서 부장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병원 줄세우기, 공개 등의 문제는 함께 논의해 융통성을 발휘해 환자와의 공감을 통한 임상 질과 환자의 삶의 질을 더한 의료질 향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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