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직원 성과평가에 심사 삭감액 반영…조정건수로 지원 줄 세우기

의원, 인력 없어 이의신청 잘안하는 점 악용…임금 안깎이기 위해 불가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의 진료비 심사조정건수 및 금액을 직원들 업무성과지표로 삼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데 삭감을 얼마나 했는지가 기준이 돼 왔던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지원에서는 직원들이 삭감성적을 높이기 위해 집에도 못가며 야근을 해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심평원은 현재 성과평가(조직, 개인)와 역량평가(공통, 리더십, 직무)로 나눠 매년 5월과 11월에 정기적으로 직원 근무성적 평가를 실시한다.

성과평가점수는 성과관리부서의 평가점수로 4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가 산출돼 승진 등에 반영된다.

특히 현재는 1급과 2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적용, 성과평가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심평원 내 ‘성과관리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는 성과평가 세부 지표에 건강보험 재정절감 성과(건수, 금액)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표는 ‘지속가능한 심사체계 구축’이라는 전략 목표에 있는 세부 평가지표로, 건수 및 금액에 따라 100점 기준 점수를 산출해 가중치를 부여, 분기별 평가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보건의료정보 개방’과 관련된 성과지표로 ‘단순 청구 오류율’, ‘적정진료 자율개선율’ 등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성과지표를 계량화 해 점수를 산출하는데 본원 심사기획실 및 심사실 이외에도 전국 지원의 심사평가부에 동일한 지표로 선정돼 있다.

지원 업무성과 공통지표는 ‘정부권장정책 이행률’, ‘의료자원 현황정보 관리지수’, ‘적정진료 자율개선율’, ‘건강보험 재정절감 성과’ 등 4개 항목으로 지표관리부서에서 실적관리 및 평가를 하고 있다.

이중에서 ‘적정진료 자율개선율’ 지표는 ‘지표연동관리기관수 대비 진료행태개선기관 비율’이 평가기준이며, ‘건강보험 재정절감 성과’는 ‘심사조정건수 및 금액’으로 명시, 항목별 가중치 비율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의신청 어려운 점 악용해 삭감부터

이같은 평가지표 때문에 심평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삭감을 위한 삭감을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평가결과가 지원별 줄 세우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지원에서 심사조정건수가 타 지원보다 낮아 하위권이 되면 직원들이 집에도 못가고 깎을 것(삭감건)을 찾고 있다”며 “(조정 금액이 낮아서)아무리 많이 깎아도 의료기관의 한 달 총 삭감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의원 같은 경우는 인력부족으로 이의신청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은 연봉과 인사고가에 반영되니 눈을 씻고 조정할 것을 찾고 있다. 의료기관서 능력이 되면 이의신청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 조정건수가 지원성적에 영향을 미치니 안할 수도 없고, 기재부에서는 이러한 지표에 대한 목표수치를 해마다 높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관계자는 “현재 1~2급에 한해 적용되는 성과연봉제가 4급까지 확대될 경우 심평원 업무 특성상 직원 평가에 심사조정건수 등이 확대 적용 될 것은 뻔하다면서 심평원 설립 목적과 정 반대로 임금을 깎이지 않기 위한 도구로 의료기관 심사삭감이 활용될 것으로 직원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심평원이 지난 30일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의결함에 따라 이같은 평가지표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졸속으로 강행한 사측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의료계, 소신진료 방해 국민피해 우려

의료계에서도 심평원의 성과평가에 명확한 기준이 없이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은 물론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심평원이 심사조정, 삭감 등은 하면서 이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이의신청 인정에 따른 페널티는 받지 않았다. 삭감을 하면 되는 것이고 의료기관에서는 금액이 미비하면 번거로운 절차에 이의신청을 안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의료기관은 심사기준에 따라 진료를 하는, 소신진료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필요하지만 억지로 성과를 내기 위한 평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 평가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를 위한 삭감 등으로 의료계의 소신진료를 막고 평균진료 수준에 그치게 된다면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환자 등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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