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오작동, 의약품 변질 약화 사고 시 책임 소재 등 안전관리상 문제 지적

정부의 원격 화상투약기(의약품자판기) 도입을 저지하려는 대한약사회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6일 초도이사회를 열고 전반적인 약계 현안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법인약국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구입가 미만판매 ▲온라인약국 ▲과징금 산정기준 개선안 ▲시정명령 ▲조제약 택배배송 ▲화상투약기 ▲장애인복지법 ▲안전상비의약품 등의 현안을 전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특히 화상투약기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화상투약기는 약국과 외부 경계에 기계를 설치하고, 약국 밖에 있는 약사가 화상을 이용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개발된 화상투약기는 약 60종류의 약을 구비할 수 있으며 비용은 1,000만원 가량이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에 대해 ▲기계오작동, 의약품 변질 ▲약화 사고 시 책임 소재 등 안전관리상 문제 ▲보안 취약 ▲지자체 공공심야약국 확대 정책에 역행 등의 이유를 들어 도입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강 정책위원장은 “화상투약기는 환자 안전을 위한 국가 책무를 위반하는 일이다. 약사법 기본 원칙인 대면 투약 원칙을 훼손하고 원격의료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의약품 접근성을 고려하면 화상투약기 도입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2015)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인구 10만명 당 평균 41.8개의 약국이 있다.

독일이 25.2개, 스웨덴이 13.3개, 미국이 10.1개인 것을 비교하면 한국의 의약품 접근성은 무척 높다는 것이다.

또한 화상투약기는 휴일이나 심야 등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 주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2만 7,000여개의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어 효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대면을 통한 충실한 복약지도, 보관 및 유통과정의 변질, 약화사고시 책임소재를 위해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 것”이라며 화상투약기의 불필요성을 강조했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가 원격의료 도입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원격으로 화상 상담을 해서 약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원격의료 도입의 전초라고 본다”면서 “또한 지금은 정부가 문을 닫은 약국 문 앞에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는 형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입법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형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약국 앞에만 화상투약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원격 화상상담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약국 문 앞이 아닌 다른 위치에 화상투약기가 설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위치가 좋은 곳마다 화상투약기가 설치되는 식으로 변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렇게 화상투약기 설치안이 변형되면 기업형 화상투약기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기업이 여러 개의 화상투약기를 운영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화상투약기 설치 대신 심야공공약국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약사회는 다음 주에 투쟁위원회 1차 회의를 갖고 투쟁로드맵에 따른 각 팀의 투쟁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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