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강동경희대DMAT 등 특수본 조사 받아
“우리나라 재난대응체계 민낯, 누가 출동하겠나”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재난대응평가, 전문가 영역”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경찰 특별수사본부 조사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출처: 신현영 의원실, 게티이미지).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경찰 특별수사본부 조사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출처: 신현영 의원실, 게티이미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이 경찰 특별수사본부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참고인 조사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민관 협력 차원에서 재난 현장에 출동했던 의료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앞으로 누가 응급 상황에 앞장서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DMAT 15개팀을 대상으로 특수본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서울대병원은 참고인 조사를 거부했지만 한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DMAT 소속 의료진은 4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도 7시간 넘는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국정조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의료진에 따르면 경찰은 주로 소방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물었다. DMAT가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는지도 물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조사를 받는 내내 불안했다. 잘못 대답하면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며 “조사를 받은 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관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분개했다.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문제점을 개선할 생각보다는 책임자 문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히려 민관 협력으로 작동되는 재난 대응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고도 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기가 막힌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인 중앙응급의료센터도 공무원이 아니며 서울대병원뿐 아니라 DMAT 모두 민간인 신분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이라며 “기가 막힌 일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누가 재난 발생 시 재난응급의료대응에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DMAT 모두 민간인들이고, 공무원 조직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하나다. 복지부 응급의료과가 재난대응 전담하는 조직도 아니고, 그야말로 사무관 1명이 다른 업무도 하면서 재난 업무도 하는 정도일 뿐”이라며 “이게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의 민낯이다. 이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마저도 경찰 특수본 수사에 국정조사로 이렇게 흔들어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DMAT이라고 무슨 인센티브가 있거나 현장 재난 출동 시 법적인 보호도 없는 상황에서 향후 재난이라고 출동 나갈 필요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평가는 경찰 영역이 아니다”라며 전문가 평가를 거쳐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DMAT는 민간이 협력해서 운영하는 체계다. 출동하는 의료인은 공무원이 아니며 신분 보장도 안된다. 소방 구급대나 경찰이 출동 후 다쳤다면 공무원에 준해서 보상을 해주지만 DMAT은 그렇지 못하다”며 “기존부터 법적인 보호도 없이 출동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떤 사안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협조하고 재난 상황에 출동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평가는 경찰 영역이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재난 대응 평가는 전문가 영역이다. 대한재난의학회 등 전문가들이 되짚어 보고 이렇게 바꾸면 대응이 효과적이겠구나 하는 게 평가”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후 처리 방식이 너무 아쉽다. 이렇게 하면 발전이 없다. 경찰이나 검찰, 정치권이 재난 대응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전문가 평가 영역은 건너뛰고 여론 재판에 정치적으로만 논쟁하면 발전도 없고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