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면허의료행위 조장” 반대…건강보험 한방 분리 요구도
한의계 “한방물리요법만 소외, 급여화로 국민 부담 줄여야”

5개 한방물리요법 급여 적용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대립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5개 한방물리요법 급여 적용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대립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경근간섭저주파요법 등 5개 한방물리요법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대립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한방물리요법인 경근간섭저주파요법, 경피전기자극요법, 경근초음파요법, 경근초단파요법, 경근극초단파요법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의과의료기기’를 한방물리요법으로 둔갑시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이유로 급여화를 요청한다고 하지만 명분과는 달리 커다란 문제가 있다”며 “한방물리치료는 전통적 한방 원리가 아닌 현대 의학에서 베낀 것으로 한의계가 고유 영역으로 주장하는 침술이나 구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현대 의학의 일종인 물리치료를 한의협에서 공식화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제 정신이라면 현재 시행되는 한방 물리치료를 급여화해야 할 게 아니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한의협이 주장하는 한방 물리치료 급여화를 반대하며 논의가 시작돼서도 안 된다”며 “현재 비급여로 시행되는 한방 물리치료가 있다면 복지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며 의료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의과의료기기를 활용한 물리치료요법은 오랫동안 수많은 전문분야 의사들의 연구 노력으로 현재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 전문지식이 축적돼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고 있다”며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판독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치료로 나아갈 수 있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세부적 치료 방향과 의학적 안전성을 뒷받침 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의료기술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한의사들은 한방물리요법에 대해 세부적인 치료 방향과 의학적 안전성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뒤 신의료기술평가 논의 후 급여화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로 국고지원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고 건강보험 적립금까지 고갈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물리치료를 오로지 ‘한방요법’이라는 이름만 붙여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은 “필수의료에 대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의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한방물리요법 급여화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한방의 의료영역 침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한방에 친화적인 정부 기관이 의과와 한의과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함에도 오히려 애매하게 만드는 정책을 남발하며 의료비 지출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국민 사이에서 한방보험 분리 주장이 늘고 있는 형편이며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시작부터 다른 의과와 한의과를 하나의 그릇에 담은 건강보험은 자신이 받는 의료혜택에 대해 합리적인 지출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면서 “평생 한의원 한 번 안 가는 사람과 매일 침을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하나의 건강보험 틀에서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대개협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오명과 오해를 벗어날 수 있고 분리된 재정을 기반으로 훨씬 자유롭게 한방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과 힘을 합쳐 한방 의료를 개척하고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방물리요법 급여화 움직임에 발맞춰 국민이 내는 보험료가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한방보험 분리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 "국민 염원에도 한방물리요법 급여서 소외"

한의계에서는 의과에서 이미 급여로 적용되는 유사한 의료행위지만 한방에서는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5개 한방물리요법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방물리요법의 전문학회로서 한의사의 가장 보편적인 의료행위 중 하나인 한방물리요법이 건강보험 급여화 우선 적용이 필요한 한의치료법이며 이는 복지부가 실시한 한방의료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국민이 원하는 의료행위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는 “국민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방물리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지난 2009년 경피경근온열요법과 경피적외선조사요법, 경피경근한냉요법 등이 보험 급여에 적용된 이후 한의계에서 다양한 한방물리요법들에 대한 급여 전환 요구에도 2019년 추나요법 급여화 이후 건보 급여화 결정 항목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유사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과 의료행위는 급여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한방의료행위인 한방물리요법만 여전히 급여에서 소외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불공평한 현실도 고려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한방물리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면서 양질의 의료혜택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국민 입장에서 한방물리요법 급여화 최종확정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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