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유행으로 위중증 환자 늘자 수도권 병상 배정 힘들어
거점전담병원 운영 종료에 병원들 병상 정리 수순
"일반병원 코로나19 환자 적극 진료하도록 유인책 필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운영이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이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입원 병상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운영이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이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입원 병상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전담해서 입원치료해 온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운영이 올해 말로 종료되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감을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운영이 종료되더라도 현재 확보된 병상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19만명 수준이면 대응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와 협의해 지정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거점전담병원 운영 종료가 병상 축소 시그널로 작용해 수도권을 벌써부터 코로나19 환자 입원 병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호사 등 대응 인력이 줄어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코로나19 진료를 일반의료체계로 흡수·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런 준비 없이 일상 회복만 강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한달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4일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37명으로 한달 전인 10월 24일(226명)보다 211명이나 늘었다.

23일 오후 7시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32.1%, 중등중 병상 가동률은 24.9%로 방역 당국의 말처럼 '수치상'으로는 여유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코로나19 환자가 문제다. 지난 주에는 수도권에서 병상을 찾지 못한 코로나19 환자가 경북까지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하기도 했다.

한 거점전담병원 관계자는 2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그동안 2차 병원들이 수술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 왔지만 오는 12월 31일 거점전담병원 운영이 종료된다고 하니 (코로나19 병상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며 "수도권 병상은 여유가 없다.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은 착시 현상이다. 투석환자나 임신부 등을 위한 특수병상까지 포함돼 있어 여유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가 정점이었고 이번 주는 그마나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문제는 거점전담병원 운영이 끝난 이후"라며 "정부가 내년에 코로나19 병상을 어떻게 운영할지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니 병원들 입장에서도 기존 병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병상 운영 종료 계획을 듣고 간호사들이 먼저 사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부가 준비 없이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일반의료체계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위중증 환자 증가 속 전담병원이 사라질 경우 적절한 치료와 감염 예방을 시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점전담병원이 많은 중증도 환자를 소화하고 있다. 전담병원 운영이 종료되면 입원할 곳을 찾기 어렵다"며 "코로나19 환자 대다수가 응급실로 올 가능성 높고, 그만큼 응급 병상이 줄어 응급실 부담이 가중된다"고 했다.

이어 "응급실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19 환자를 격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볼 수 없다. 격리실 등을 구비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응급실 체류시간이 증가하고, 환자가 누적돼 새로운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 병원들도 코로나19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가 거점전담병원에서만 치료받는 것은 아니다. 경증, 중증환자에 따라 국가지정격리병상에서도 치료 할 수 있다"며 "각 병원 1인실이나 격리실에서 감염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시행한다면 음압병상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지원·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며 "격리와 관련된 비용과 교육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중환자 병상과 인력 확보를 중점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개편한 마련에 돌입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재 코로나19 정책·대응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평원은 중환자실 기능 등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평원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지난 8일 원주 본원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국내 음압병상 수는 800개 수준이다. 확진자 급증 등 다음 유행이 오면 대처가 힘들다"며 "국내 코로나19 사망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이유는 부족한 병상 수를 의료인력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