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특위 “남의 학문 도용해서 배운 게 자랑할 일인가”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국시가 의과 영역을 지속적으로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국시가 의과 영역을 지속적으로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의과 영역 문항이 다수 출제된 한의사 국가시험이 문제될 게 없다는 대한한의사협회 입장에 대해 의료계가 “적반하장”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황당한 시험문제 결과는 한의과 대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게 되고 나아가 국민건강에 심대한 해악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한의협은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고 비판했다.

한의사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진단과 진료를 한다는 한의협 주장에 대해 “KCD는 한의사들에게 불법적으로 의사 흉내 내라고 사용하게 해준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직역 간 질병명을 소통하기 위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현대의학을 배운다고 주장하나 그렇게 따지면 부동산 관련법을 중개업자들도 배우니 부동산 관련 송사는 중개업자들이 해도 된다는 소리인가”라며 “남의 학문을 도용해서 배운 게 그리 자랑할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한방특위는 “과거 한의협에서 의과 의료기기를 자신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우기고 시연까지 하다가 망신만 당한 사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는 선무당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이없는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였음은 한의사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의사들은 이러한 오류들을 어린 학생들에게도 되풀이하게 하고 싶은 것인가”라고도 했다.

의협 한방특위는 “더 이상 환자들 대상으로 의사 흉내 내지 말고 현대의학 도용하지 말고 최소한의 양심과 부끄러움을 알기 바란다”며 “적어도 어린 학생들을 범죄자로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협 한방특위는 또 “시험문제에 나온 중증, 난치병에 대한 한방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공개토론에 응할 것이니 애매한 표현으로 회피할 생각은 말기 바란다”며 “응급질환도 법률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 중 한방 기관이 단 1개소도 없는 것만 봐도 한방은 역부족임을 한의계 스스로도 잘 알지 않는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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