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점검’ 필요"
비급여까지 포함된 '보장률 지표' 개선 지적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재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으로 '문재인 케어' 실무를 진두지휘 했던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4대 중증질환 대상 선별급여를 중심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문케어로 이어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10년을 되돌아보며 재정 누수 요인 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비 폭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보건의료계가 힘을 모아 보건의료 분야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심의관은 미국 단기 파견을 앞두고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손 심의관은 문 케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이름을 잘 붙였던 정책이고 사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선별급여로 추진됐었다. 제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10년 정도 프로젝트였고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를 거쳐) 큰 부분은 일단락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심의관은 “지금 남아있는 비급여는 논란이 있을만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관절 관련 비급여 들은 관련 과에서도 의학적으로 효과 논란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특이한 비급여 시술이 많은데 수술이나 비수술요법 중 급여항목 수가가 낮으니까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져도 실시되는 부분들인데, 급여화 여부는 골치아픈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 심의관은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비급여의 급여화는) 큰 틀에서 마무리가 됐다”며 “하지만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10년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보장성 강화를 공격적으로 하기 보다는 빠르게 확대된 부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심의관은 “지금까지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급여화한 부분 중 누수되는 부분들을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며 “지금 단단하게 다져놔야지 앞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다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손 심의관은 “문케어를 통해 급여화한 항목들을 다시 (비급여로) 되돌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라며 “급여되고 있는 부분 중 개선 요소를 파악해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으로 축적한 자료를 살펴보면 보장성 강화 항목 중 실제 남용 가능성이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한번 다잡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까지 포함하는 '보장률 지표' 개선 필요

다만 손 심의관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보장률이 65%대에 머무른다는 지적은 ‘보장률 지표’ 자체를 손봐서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보장률 지표라는 것이 다른 나라들에서는 발표하지 않는 지표로 국제 비교가 어렵기도 하고 급여와 비급여가 함께 섞인 상황에서 보장률을 따지기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에 대한 정확한 보장 수준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 심의관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합친 상태에서 보장비율을 보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건강보험 보장률를 보기 위해) 보장률 지표를 분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1인실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되는데, 보장률을 따질 때 비급여 부분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손 심의관은 “1인실의 경우 앞으로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항목들은 애초에 보장률 관련 지표에서 제외하고 보장률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손 심의관은 보장률을 따질 때 어떤 비급여 지표를 제외할 것인지를 정부가 결정하게 되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1인실 등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부분 제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미국 단기 연수를 떠난 후 의료보장심의관 조직 유지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심의관은 “조직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슈가 있기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다”며 “의료보장심의관 조직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를 봐야 한다.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하지만 정부부처로서 준비는 미리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손 심의관은 “향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점검 등) 업무를 위해 의료보장심의관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요청은 하겠지만 전체적인 부분을 봐야 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의료계, 고령화 후 보건의료체계 고민해야"

마지막으로 손 심의관은 문케어 추진 등을 통해 보건의료계와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던 것에 대해 의료계에 쌓인 감정은 없다고 밝혔다.

손 심의관은 “(문케어 추진 등의 이유로 의료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의료계에 감정은 없다”며 “다만 이제는 전체적으로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같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손 심의관은 “(보건의료분야에서) 현상유지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갈 수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5~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보건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수가, 필수의료 문제로 드러난 인력구조 등 이대로 두면 점점 더 나빠질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큰 틀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구조개혁을 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고령화로 여유기간이 많지 않다. 5년 정도 지나면 의료비 상승 속도가 매우 가파를 것”이라며 “아직은 전체적으로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향후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증가 등) 건보재정이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되면 큰 구조조정 논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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