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지원자 3명 지원율 최하위…일자리 부족에 발길 돌려
진료 영역 확장되고 치료제 시장도 성장세…전문의 확보 비상
학회 수련 환경 적극 개선…"발전만큼 정부도 지원 나서야"

전공의 지원율 최하위인 핵의학과가 역전의 묘수 찾기에 나섰다. 진료 영역이 확대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핵의학과 전문의 역할도 커지고 있지만 전공하려는 의사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핵의학과는 반전의 기회를 살리려면 제도적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지난 2022년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핵의학과 전체 지원자는 3명에 불과했다. 지원율은 2년 연속 18.8%를 기록했다. 전문과 중 최하위다.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외과(39.6%)나 지원율이 급감한 소아청소년과(23.5%)도 핵의학과보다 높다. 같은 임상지원과로 '동병상련'인 병리과(51.7%)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최근 핵의학과가 겪는 위기는 지난 2014년 양전자단층촬영(PET) 요양급여기준 축소와 함께 시작됐다. 그 해 레지던트 모집(2015년도)에서 91.3%를 기록했던 전공의 지원율은 다음 해 54.5%로 급감했다. 2019년도 모집에서는 지원율이 10%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0년 80명에 이르던 전체 전공의 수는 10년이 지난 현재 10명을 간신히 넘긴다.

2014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핵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 추이(핵의학과 자료 재구성).
2014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핵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 추이(핵의학과 자료 재구성).

핵의학 분야 수요 자체는 꾸준하지만 전문의가 설 자리는 좁다. 과 특성상 종합병원 이상만 설치하고 진단검사기관이나 개원가는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인식한다. 방사선 특수면허 제도 때문이다.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루는 의료기관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취급자특수면허' 소지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핵의학과 전문의 제도 시작 전 도입됐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핵의학과 전문의라도 면허를 새로 따야 한다. 핵의학과 전문의 제도 시행 후 취득 절차가 오히려 강화돼 최근 합격률은 10%선에 불과하다.

반면 취득 대상은 불분명하다. 핵의학과나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면허를 받고 PET 등 핵의학영상 진단검사를 할 수 있다. 핵의학영상 판독료 가산 수가도 핵의학과 전문의와 똑같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일부 검진기관과 병원은 핵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라 타과 면허 소지자를 고용해 판독을 맡기고 있다. 핵의학과는 이들 상당수가 취득 절차 강화 이전에 면허 시험을 통과해 전문적인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반전 기회 왔다…임상·시장 확대 맞춰 제도 개선하고 적극 지원을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핵의학과는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새로운 영상검사와 방사성의약품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핵의학과 진료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영상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등장도 호재다. 노바티스 같은 다국적 제약사가 진출하면서 새로운 치료제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현재 11조원 수준인 미국 핵의학 분야 시장 규모는 매년 13%씩 성장해 오는 2030년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핵의학 분야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핵의학과 전문의 창업도 활발하다. 서울의대 핵의학과를 중심으로 설립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과 전남의대의 '씨앤큐어'가 대표적이다. 임상시험 절차를 넘어 실제 제품까지 출시하면서 수입 제품이 주류던 국내 시장 재편도 넘보고 있다.

핵의학회가 그 어느 때보다 전문의 인력 확보를 강조하는 이유다. 수년간 전공의 부족을 겪으면서 앞으로 기대되는 수요에 비해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핵의학회 민정준 회장(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4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핵의학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진료 영역은 확대되고 치료제는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활용할 전문의가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핵의학회는 핵의학과 발전에 걸맞은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핵의학회는 핵의학과 발전에 걸맞은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회장은 "향후 10년간 최소 전문의 60명이 더 필요하다. 핵의학과 전문의가 연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정부도 핵의학과 발전과 진료 영역 확대에 발맞춰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개발 중인 제품으로 제한된 치료목적사용승인 제도를 국외 제품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외국으로 원정치료를 떠나면서 핵의학과 진료 수요 확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 회장은 "'Ac-225 DOTA-TATE'처럼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제들은 외국에서 이미 10년 이상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가 누적됐다. 그런데 국내임상시험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목적사용승인이 나오지 않아 환자들이 독일이나 인도 등으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회장은 "이런 치료제만 허가되면 국내 핵의학과 수준에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과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이 많다"면서 "국외에서 임상 적용 중인 방사성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논문 등 문헌 근거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치료목적사용승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강건욱 차기 회장(서울대병원)은 "국내에 GMP 인증을 받은 병원이 많다. 약품 안전성을 보장할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이런 병원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병원 책임하에 약품을 생산하고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식약처가 학회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개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핵의학 분야 발전과 성장 가능성에 맞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학회 차원에서는 수련 질 향상에 공들이고 있다. 수련병원 자격 기준을 지도전문의 2인에서 3인 이상으로 강화하고 역량 중심으로 수련교육과정 전면 개편에 나섰다.

박정미 수련교육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는 "학회 차원에서 진료 영역 확대는 물론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전공의 근무 과정에서 이전에 신경 쓰지 못했던 불편점도 적극 개선하고 있다"면서 "학회는 교과과정 개편을 비롯해 수련 환경 개선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핵의학과에 들어오면 좋아진 수련 환경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사선 특수면허 제도 개선도 강조했다. 핵의학과 입지는 물론 검사 질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핵의학과 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면허를 다시 따야 하는 일종의 '이중 규제'가 핵의학과 진로를 가로막고 있다. 정작 현장에서는 취득 기준 강화 이전에 면허를 따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인력들이 PET 판독을 하고 가산 수가를 받는 상황"이라면서 "핵의학회 차원에서 그 부당함을 계속 지적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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