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재 교수, 글로벌 리얼월드 연구로 '티쎈·아바' 임상 혜택 재확인

지난 5월 국내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된 후 '2022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최우선 요법(A1)으로 권고되며, 임상 현장에서 활발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에 세계 최대 규모 글로벌 리얼월드 관찰연구 데이터가 발표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글로벌 3상 임상인 IMbrave150 연구와의 일관된 임상적 혜택을 확인했다.

유럽, 미국, 아시아 3개 대륙 14개 센터에서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받은 433명 중 Child-Pugh A 등급이자 ECOG 01인 환자 296명을 대상으로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혜택을 분석한 결과,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10개월 동안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5.7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6.9개월, 객관적반응률(ORR)은 30.8%로 나타났으며 3~4등급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는 23.6%(70명)로 나타나 기존의 IMbrave150 연구와 일괸된 효능 및 안전성을 보인 것이다(표).

특히, 해당 리얼월드 연구에는 아시아 환자가 총 236명 포함됐는데, 그 중 173명의 환자가 분당차병원에서 등록돼 국내 실제 임상 환경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에 해당 연구에 참여한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 결과의 의의와 함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살펴봤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이번 연구에서 분당차병원이 가장 많은 환자들을 참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분당차병원은 전세계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 요청이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해당 글로벌 리얼월드 연구는 간암 전문가이자 면역항암치료로 유명한 영국의 데이비드 피나토(Davide J. Pinato) 교수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자는 요청을 해 와 같이 작업하고 교신하는 조건으로 진행하게 됐다. 총 400명이 넘는 3개 대륙별 환자가 참여한 연구로, 아시아에서는 대만 등의 환자가 참여했고 우리나라는 분당차병원 환자들만 참여했다.

작년까지 본원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들을 추산해보니 25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이 많은 만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지속적으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논문도 내고 있다.

-다른 지표는 거의 비슷했지만, 이번 리얼월드 연구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5.7개월로 기존 IMbrave150 연구 결과인 19.2개월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3~4등급 이상반응은 기존 RCT 대비해 훨씬 적게 보고됐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5.7개월이면 꽤 괜찮은 결과다. 리얼월드 연구에는 3상 임상연구 대비 전신상태가 더 나쁜 환자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IMbrave150 연구는 병용약물인 아바스틴이 출혈 경향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다 배제시키는 등 까다롭게 추린 경향이 있다. 간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출혈 경향이 있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실제 임상에서도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글로벌 리얼월드 연구는 꽤 의미있게 재현됐다. 이 정도면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3~4등급 이상반응 역시 비율로 보면 비슷하다. 후향적 연구는 기존 사례들을 모으면서 연구하는 것이다 보니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 때문에 전체생존기간은 조금 떨어지는 게 당연하고, 일반적으로 중대한 이상반응(SAE)과 이상반응(AE)은 조금 더 낮게 나온다. 그것이 후향적 연구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얼월드 연구 결과는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서 봐야 한다. 대신 리얼월드 연구를 통해 전체적인 경향은 살펴볼 수 있는데, 1가지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을 보인 환자는 74.6%(221명), Grade 3~4의 중등도 이상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는 23.6%(70명)로 나타나 기존 IMbrave150 연구와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간암은 병인이 다양한 암종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리얼월드 연구에서 인종이나 병인에 따른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효과 차이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연구에서 B형·C형 바이러스가 있는 간세포암 환자에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그 외 알코올성 간세포암 환자에서는 효과가 적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병인과 상관없이 비 바이러스성 간암에서도 모두 일관되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면역항암제 단독요법과 달리 아바스틴이라는 항 VEGF 항체가 병용 투여되며 그런 부분을 상쇄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글로벌 리얼월드 연구에서 얻은 가장 핵심적인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일단 실제 임상 현장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무난하게 잘 쓸 수 있는 치료전략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는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300명 가까운 환자가 등록된 만큼 어떤 환자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도움이 되고, 어떤 환자에서 효과가 덜했는지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간문맥을 침범하고 있거나 똑같은 Child-Pugh A 환자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점수 차이에 따라 치료 효과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문맥 침범의 경우 예전부터 나쁜 예후를 시사하긴 했지만, 간기능이 치료 예후에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또 하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치료 예후가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간암 치료에서는 전통적으로 종양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약제가 적었고, 기존 표적치료제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치료 반응과 치료 효과는 연관이 없어 치료를 오래 유지하는 환자가 예후가 좋은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이제는 간암에서도 종양 크기를 줄이는 약제가 등장라면서 암을 줄일 수 있는 경우에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전체 암종에서는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간암에서는 새로운 내용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대한 환자들의 순응도나 내약성은 어떠한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려움증부터 갑상선기능저하 등 호르몬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 250명을 분석해보니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치료 예후가 매우 좋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확한 기전은 모르겠으나 면역항암치료로 면역반응이 올라가면서 동시에 바이스탠더(Bystander)가 공격 당하며 호르몬 불균형이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환자의 면역반응 자체가 굉장히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서는 아직 이 같은 보고가 없었는데, 우리 기관의 환자 데이터 분석을 보면 3개월째에 갑상선 기능 이상이 오면 예후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간접적인 지표로 볼 수 있다. 환자의 좋은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소라페닙의 수족증후군보다 월등히 더 나았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환자들이 불안해하지만 '레보티록신'이라는 호르몬 약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반응이 있을 시 환자에게 설명만 잘 해드리면 오히려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논문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최대 강점은 두 가지 치료제 모두 항체 치료제로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항 VGEF 제제가 경구제로 나올 때는 간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항상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위암, 대장암 등은 위기능, 대장기능을 보지 않지만 간암은 환자 절반이 간기능 저하로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간기능을 보존하면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두 가지 약제가 다 항체 치료제이고, 면역관문억제와 항 VGEF 기전을 모두 커버하면서 결과적으로 부작용이 덜하다는게 이 치료법의 우수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관련해 정맥류 출혈 위험인자를 규명한 연구 결과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간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간문맥 침범의 경우에는 출혈 경향성이 3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문맥 침범의 경우 위·식도정맥류 출혈 가능성이 6배 상승했고, 간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2배 정도 위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내시경정맥류결찰술(EVL) 진행 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처방했을 때 위험률이 꽤 많이 상쇄되는 것도 확인했다.

원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처방 전에 6개월 이내 내시경 경험이 없으면 내시경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시경에서 정맥류가 심하게 부풀어 있는 등 소견이 보이면 교정할 부분은 교정하고, 위궤양이 있으면 처방하지 않는 것도 고려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모든 환자들에서 내시경을 시행할 수는 없다. 검사 스케줄에 맞춰 마냥 치료를 늦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문맥 침범이 있거나 간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라면 내시경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교정할 부분을 조치해야 하며, 정말 안 좋을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후속 치료 전략의 부재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고 있다.

국내 임상 현장의 경우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이 맞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에 근거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머지 간암에서 입증된 약제를 다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2022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역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에 모든 약제를 후속 치료제로 추천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쓰고 소라페닙을 거치지 않으면 후속 치료에 급여 적용이 안 된다. 가이드라인과 실제 임상과의 괴리가 크다.

정부가 간암의 특수성을 좀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간암은 지난 십수년을 소라페닙이라는 하나의 옵션만 가지고 치료가 이뤄졌다. 때문에 모든 신약 개발 연구들이 소라페닙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개발된 신약들이 새롭게 1차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암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이런 부분을 좀 더 이해하고 살펴봐줬으면 한다. 현재 경직된 제도에 의해 치료가 제한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 설득을 위해 항암요법연구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 후속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 분석하는 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인데, 이를 근거로 제출하면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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