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 수상 후 집필 시작
뇌사장기기증자 사연 담은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 출간
"장기기증 인식 부정적…장기기증 희망등록 늘어나길"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 수상자인 박성광 원장은 최근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을 출간했다(사진제공: 박성광 원장).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 수상자인 박성광 원장은 최근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을 출간했다(사진제공: 박성광 원장).

“나 같은 사람이 책을 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

의사들의 신춘문예인 '한미수필문학상'을 통해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의사가 또 한 명 늘었다. 최근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을 출간한 박성광 함께하는내과 원장이다.

박 원장은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에 뇌사자의 부검 전 장기기증 경험을 담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기적, 뇌사자 장기기증’을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한미수필문학상은 청년의사가 주최하고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문학상으로 환자 진료를 주제로 한다. 대상 수상자는 월간 ‘한국 산문’을 통해 작가로 등단한다.

박 원장은 첫 도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책을 쓸 용기를 얻었고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히 집필에 매달렸다. 그 결과물이 지난 10월 5일 출간된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이다.

박 원장은 “지난 2007년 한미수필문학상 수상작을 엮어 만든 〈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를 읽으며 한미수필문학상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러다 지난해 정년 퇴임하면서 시간이 생겨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글을 썼고 이를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동안 글을 조금씩 썼지만 상까지 받을 실력인지는 몰랐다. 수상에 용기를 얻어 책을 써 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박 원장이 삶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이야기들을 수필로 엮었다. 2부는 박 원장이 뇌사자 장기기증과 관련해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싣는 한편 전북대병원에 재직하며 만났던 뇌사 장기기증자 88명과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의 표지에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된 뇌사자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사진출처: 박성광 원장).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의 표지에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된 뇌사자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사진출처: 박성광 원장).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이라는 제목에도 뇌사자 장기기증과 연관된 의미가 담겨있다. 보통 환자의 심장이 멎을 때 사망 선고를 내리지만, 뇌사자는 평탄 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뇌사판정위원회의 뇌사 판정을 통해 법적으로 사망 처리된다. 심장이 멎기 전 가족과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뇌사자들은 심장이 뛰고 혈색도 돌기 때문에 전혀 죽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뛰고 있지만 가족과 영영 이별하는 시간을 맞이한다"이라며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 제목의 뜻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 표지 앞뒤를 채우고 있는 사진의 주인공들도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된 뇌사자들이다.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학생의 가족이 그날 저녁에 바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던 사연부터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을 원했지만 이에 반대하던 가족을 다른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이 나서서 설득했던 이야기 등으로 채워져 있다.

뇌사자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삶도 담았다. 박 원장은 “예전에 유가족과 상의해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이야기를 지역 신문에 투고해 뇌사자 장기기증을 홍보한 적이 있다. 이번에 책을 집필하며 사연을 정리하고 유가족에게 연락해 집필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며 “유가족들이 장례식 이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등을 담은 편지를 보내줘 함께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은 내 가족의 각막, 심장을 받은 사람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심정이 오죽하겠냐만 나중에는 위로를 얻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이번 저서를 통해 뇌사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의 헌신에 감사를 전하고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1,334명이지만 뇌사자 장기기증자는 442명에 불과하다.

박 원장은 “인터넷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찾아볼 수 있다. 병원이 장기기증을 할 때는 가족에게 잘해주다가 기증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한다는 내용”이라며 “보통 대부분의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은 직접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 하지만 최근 국가에서 뇌사 장기기증자의 장례식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실제로 환자와 가족들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그 과정을 알게 되길 바란다”며 “자신이나 가족이 같은 일을 당할 때 장기기증을 선택하거나 미리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성광 함께하는내과 원장(가운데)은 지난 10월 22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박성광 함께하는내과 원장(가운데)은 지난 10월 22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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