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날로그 대응 한계에 '디지털 헬스' 추진 나서
전자의무기록 활용 진찰료 가산 적용…장비 보조금도 지급

일본 정부는 전자의무기록(EMR) 가용 가산 수가 도입 등 의료시스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사진 출처: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공식 홈페이지).

뒤늦게 의료시스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일본이 전자의무기록(EMR) 사용 촉진을 위해 가산 수가를 도입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의 한계를 느낀 만큼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디지털 전환 추세를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별도 수가 없이 개별 병원들이 '알아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환자 의료보험 자격을 확인하는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オンライン資格確認等システム)'을 도입했다. 의료기관끼리 환자 진료비 청구 내역이나 전자의무기록 공유도 가능하다. 여기에 의약품 처방·사용 내역, 검진 내역도 포함돼 있다.

본인확인은 전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카드(マイナンバーカード)'와 의료보험증으로 한다. 마이넘버카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백신 접종자 관리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했다. 그 전에는 팩스로 확진자 정보를 집계하고 우편으로 백신 접종권을 나눠줬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전국 모든 의료기관에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마이넘버카드와 의료보험증도 통합한다. 모두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헬스' 개혁 일환이다. 보건의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합해 의료 데이터 수집 창구를 일원화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 개인별 맞춤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정부와 달리 일선 의료기관 참여 수준은 저조하다. 지난 5월 후생노동성 사회보장심의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을 완비한 기관은 24.7%에 그쳤다. 시스템을 환자 진료에 실제 활용하는 기관은 19.0%에 불과했다. 병원급 의료기관(35.5%)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활용률(13.0%)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5월 기준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 활용률. 마이넘버카드 인식기 도입률(파란색)에 비해  시스템 완비율(분홍색)이나 실제 진료 활용률(빨간색)은 크게 떨어진다(자료 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지난 5월 기준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 활용률. 마이넘버카드 인식기 도입률(파란색)에 비해 시스템 완비율(분홍색)이나 실제 진료 활용률(빨간색)은 크게 떨어진다(자료 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실제 활용 사례도 많지 않다. 시스템 도입 후 7개월간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을 통한 본인확인 건수는 1억6,708만건이다. 그러나 시스템에 연동된 전자의무기록 진료 활용 건수는 5만6,583건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활용 촉진을 위해 가산 수가를 도입하고 직접 재정 투입에 나섰다.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에 등록된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해 진료하면 '전자보건의료정보활용 가산'이 적용된다. 초진은 진찰료 7점(약 672원), 재진과 외래 진료는 4점(약 384원)을 더 준다. 기존에 생성한 전자의무기록이 없는 초진 환자도 3점(약 288원) 가산을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초기 설비 비용도 지원한다. 마이넘버카드 인식에 쓰는 카드리더기를 병원급에 3대, 의원급에 1대씩 무상 제공하고 네트워크 설비나 디지털 기기 도입 보조금도 주고 있다. 병원급은 최대 10만엔(약 1,009만원), 의원급은 32만엔(약 307만원) 수준이다. 보조금 사업 전에 카드리더기를 조기 도입한 의료기관에는 시설투자비용을 실비로 추가 지급한다.

정부 지원에 발맞춰 일본의사회와 일본치과의사회 등 의사단체도 독려에 나섰다. 의사회 산하 '온라인자격확인추진협의회'가 정부 주무부처와 공조해 시스템 도입과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일본 정부의 '의료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본부'가 출범했다. 온라인 자격 확인 시스템 보급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의료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의료 서비스 효율화와 질 향상을 이끌어내겠다. 국가 의료의 미래를 위해 정부도 디지털화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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