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에 부는 ESG 바람①] ESG 경영 확대 필요한 이유는?
‘환경’ 분야 중요도↑…“홍보성 활동에 그쳐선 안돼” 지적도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러한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발빠르게 대처에 나서는 모습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분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가치 및 경영활동 평가에 매출 등 재무적 지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함하기 위해 고안됐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드센 가운데 특히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ESG 경영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2월 EU집행위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 초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2023년부터 회원국 내 공급망을 순차적으로 실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초 KDB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의 ESG 대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블록버스터 신약들의 특허 만료에 따른 제약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신속한 ESG 대응을 통한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료 및 완제의약품의 위탁생산(C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ESG 대응 지연이 향후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에게 ESG 경영을 강제하는 분위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는 2025년부터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시장 상장 기업부터 순차 적용해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해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요 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ESG 도입 필요 기업으로 언급되는 것도 이 같은 국내외 압박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ESG 경영 현황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바이오헬스 수출기업 ESG 리포트를 펴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의 ESG 통상 관련 연구와 우리 바이오헬스 산업 기업의 준비와 대응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환경) 부문 평가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봤다.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 및 폐수 발생 ▲포장용기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 사용 ▲원료의 원산지 문제 등이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의료제품이)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ESG의 환경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과거 컴플라이언스(CP) 규정,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인해 사회(S) 분야와 맞닿아있는 준법‧윤리경영이나 사회공헌(CSR) 부문에서는 준비가 돼 있으나 환경 측면은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에너지경영시스템(ISO0001)과 같은 국제 인증을 잇달아 확보하는 이유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하는 ESG 평가인증 제도에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미흡한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을 평가한 ‘Rate The Raters’ 보고서는 2020년 ▲MSCI ESG 평가 지수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 지수를 투자자와 전문가가 선정한 ‘신뢰도 높은 지표’로 선정했다.

각 지표에 포함되거나 높은 등급을 받을 경우 기업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회적 책임 투자를 추진하는 국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가 2021년 발표한 평가 대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41곳 중 실제로 DJSI 지수에 편입된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DJSJ 월드지수) 1곳밖에 없다. 평가 대상에 오른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

CDP에 대한 참여가 저조하기도 마찬가지다. 2021년 CDP 기후변화 ‘제약‧건강’ 부문에서 정보 공개 대상 국내기업 26곳 중 탄소배출량, 물 사용량 등을 공개한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MSCI ESG 평가 지수의 경우, 미국 투자은행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보고서 등을 반영해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으나 현재 MSCI 등급 평가 획득을 목표로 내건 곳은 SK바이오팜 등 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국내외 바이오제약 기업의 ESG 평가 및 동향' 보고서를 펴낸 한국바이오협회는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 및 성장과 직결되는 핵심 가치이자, 지속가능경영을 대비하는 사회의 핵심지표로 자리 잡게 된 것"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ESG 경영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홍보성 활동에만 그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목표, 전략 등 경영 체계 전반에서의 전략적으로 중요한(material) 활동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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