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땜질식 논의·대책 말고 소신 진료 환경 필요"
"만관제 교육·계획료 분리 청구 등 본인부담률 낮춰야"

대한내과의사회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25회 정기총회·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을 열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25회 정기총회·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을 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필수의료 확충 논의가 응급 상황 대응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5회 정기총회·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제까지 필수의료라고 하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정도로 알고있었다. 그런데 신경외과에서 일이 터지면서 개두술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논의가 나왔다"며 "개두술할 의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물론 필요하지만,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척추 분야에 많이 지원하고 뇌 분야로 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필수의료 개념이 갑자기 나타난 응급 상황에 묻혀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부터 확실히 내려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의료’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든 의료가 해당된다고 할 수 있지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도가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응급 상황 의료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중요한데, 정부에서 필수의료로 명명해 흘러가고 있다"며 "최근 뇌출혈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도 필수의료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논의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개원의를 위한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의사들이 소신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소신 진료해도 실형이 나오면 면허 취소인데, 어렵고 힘든 걸 누가 하겠나. 의료사고 구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필수의료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내과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려면 개원가도 살 수 있도록 별도의 정책 수가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날 정총에서 필수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내과의사회는 “지난 정권에서는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고, 비용 효과적이지 않은 치료와 검사가 급여화돼 필수의료 영역이 소외됐다”며 "땜질식 논의와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전문가 논의를 거쳐 필수의료 정의에 맞는 분야에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공공의대 설립이 아닌 필수의료 인력과 의료기관에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성질환관리 교육·계획료 분리 청구 등으로 본인부담률 낮춰야"

내과의사회는 내년 본사업 전환을 앞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춰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본인부담률 인하가 어렵다면 청구 방식을 바꿔 최대한 본인부담금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내년 본사업을 앞두고 정부와 환자 본인부담률을 조율하고 있는데, 내과의사회에서 10%로 하자고 건의했지만, 정부에서 반대해 20%로 논의되고 있다”며 “현재는 본인부담률을 진찰료에 부담하거나 교육·계획료를 분리 청구, 코드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재진 진찰료가 1만2,000원이고, 교육·계획료가 4만원으로 둘을 합쳐 5만2,000원에 본인부담률 20%를 적용하면 본인부담금이 1만원을 넘어간다"며 "하지만 교육·계획료를 분리해서 청구해 4만원에 20%를 적용하면, 65세 이상 환자가 노인외래정액제로 지불하는 1,500원을 더해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교육·계획을 따로 코드화해 의사가 교육을 통해 4만원 짜리 계획을 수립하고 (20%를 적용해) 8,000원을 청구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이라며 "이에 더해 환자가 교육을 이수한 후 운동할 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본인부담금이 경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이를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콤보키트’의 신속한 도입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열이 난 환자가 내원하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음성이면 독감 신속항원검사를 또 해야 한다. 환자들은 코를 두 번 찔리기 때문에 당연히 싫어한다”며 “정부는 급여로 하자니 최근 ‘문재인 케어’로 돈을 많이 썼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비급여로 하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10월 말에는 무조건 콤보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내 커뮤니티케어 논의가 일부 전문과와 특정 병원을 위한 이권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용 수석부회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개원가는 맨파워가 부족해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활의학과와 요양병원 중심으로 커뮤니티케어가 논의되는데, 이권 사업에 달려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커뮤니티케어가 필요하지만 먼저 깃발을 꽂는다고 당장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하는 사업으로 의료계 내 논의가 필요한데, 일부의 이기적인 발상으로 진행되면 안된다. 대의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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