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열고 개정 ‘국제의료윤리강령(ICOME)’ 채택
“도덕적 딜레마 겪는 의사들” 양심적 진료거부 인정
“다른 의사에게 상담 받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해야”

세계의사회는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3차 총회에서 개정된 국제의료윤리강령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에게 낙태를 원하는 여성이 찾아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의사 조력 자살이 합법이라면 이를 원하는 환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가 개정한 ‘국제의료윤리강령(International Code of Medical Ethics, ICOME)’에는 이 같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의사들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세계의사회는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3차 총회에서 개정된 국제의료윤리강령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2006년 10월에 이어 16년 만에 이뤄진 개정이다. 세계의사회는 지난 1949년 국제의료윤리강령을 제정한 후 이번까지 네 차례 개정했다.

세계의사회는 개정된 국제의료윤리강령을 통해 “일부 문제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양심적 신념으로 인해 심각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의사회는 “의사는 환자 진료 중단을 최소화해야 윤리적 의무가 있다”며 “의사가 양심적인 신념에 따라 합법적인 의료 개입 제공을 거부하고 싶어도 그로 인해 환자가 해를 입거나 차별 받지 않고, 건강이 위험하지 않았을 경우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에 놓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의사는 환자에게 정중하게 다른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권리를 알리고 적시에 상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환경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광고와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의무도 담았다.

의사는 원격의료 제공 시 의학적으로 정당하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원격의료의 이점과 한계에 대해 환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환자의 기밀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는 환자와 직접 접촉해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의사는 현재와 미래 세대의 건강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의료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적절한 광고와 마케팅을 삼가고 광고나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정보가 사실이고 오해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의사의 의무라고 했다.

세계의사회 국제의료윤리강령 워크그룹 라민 월터 파르사-파르시(Ramin Walter Parsa-Parsi) 의장(독일의사협회)은 1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개정 과정을 소개하며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의료에서 양심적 거부는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의사가 특정 의료 수행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며 “양심적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의사와 낙태나 의사 조력 자살 등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에 접근하려는 환자로 인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사회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 주제를 두고 회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의료 수행을 거부할 의사의 권리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치열한 논의 끝에 의사의 양심적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했다.

그는 “국제의료윤리강령은 의사의 의무를 자세히 설명하는 지침이므로 거부권을 행사할 때 환자에 대한 의무를 해결하는 게 중요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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