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업무 영역 침범 우려…“응급구조사 말살”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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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이 119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에도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 밖에서 응급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한 소방청의 과오를 무마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논란이 된 법은 지난달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이다. 이는 행안위가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각각 발의한 ‘119구조·구급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마련한 대안이다.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이 할 수 있는 응급처지 범위를 소방청장이 정하도록 했다.

‘간호법 저지 18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에서 응급구조사 직군에 대한 사회적 말살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한 자구의 완전한 수정과 삭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포함돼 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개정안에 대해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상 의료기관 밖에서 응급의료행위 수행이 불가능한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한 소방청의 과오를 법률 개정을 통해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발의 단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정안은 국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응급처치라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보건의료 직역별 업무범위를 정하는 주체와 절차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국회는 중대하게 변경된 법안 내용에 대해 관련 의료전문단체와 직접 당사자의 의견의 의견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수렴해 입법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변경된 법안이 실체적으로 불러올 결과를 다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안위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소방청의 의견만 청취했다며 “특정 기관에 의해 좌우돼 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절차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응급구조사의 영역을 간호사들이 침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도 간호사의 무분별한 사회진출과 이에 따른 타 보건복지의료 직군 업무영역 침해로 인해 보건복지의료인력 간 협업·상생 가능성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등 의료관계법령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119구급대원 간호사에게 업무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라는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보건복지의료직역 간 극한 대립이라는 현 상황과 간호인력 유출 현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게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방공무원으로 채용된 간호사가 2,000여명이며 현장에서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서야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20년간 업무범위 정체로 고통받은 응급구조사 직군을 교모하게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고 국회를 기만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응급구조사의 근무 장소가 병원이라고 해서 간호사 고유 업무인 진료보조 업무를 응급구조사에게 허용하겠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개정안은 응급구조사 직군의 직업·학문적 특수성을 완전하게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정 과정에서 유관단체와 시민사회 의견수렴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타 의료관계법령과 충돌하지 않는 필요 범위 내에서 개정하는 게 적절하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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