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신축 계획 변경…기부금 방만 운영 지적도
주영수 원장, ‘지방의료원 민간 위탁’ 추진 반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이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의료취약지에 있어 대학병원에 위탁한다고 해도 적자문제 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병원 등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기보다는 지방의료원 자체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주 원장의 주장이다.

주 원장은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료기관 운영 방식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공공의료체계 개편에 대해 언급하며 주 원장에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주 원장은 “일부 지방의료원은 대학병원 위탁을 할 수 있다고도 보는데, 보편적인 원칙으로 보면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통한 지방의료원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의료취약지에 있기 때문에 운영자가 (경영을) 모두 부담해 위탁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오히려 지방의료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공공의료기관 역량을 강화한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진료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이 중환자까지 진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중환자 진료까지 가능하게 완결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중앙)(사진 제공 : 국회전문기자협의회).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중앙)(사진 제공 : 국회전문기자협의회).

故이건희 회장 유족, 7,000억 기부금 공방

국립의료원 신축 이전 계획이 축소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해 故(고) 이건희 회장 유가족이 국내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사재 7,000억원을 기부하며 150병상 규모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800병상 규모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을 정부와 약정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150병상 감염병 전문병원을 요구했는데, 134병상으로 축소됐다. (복지부 입장은) 건축단가가 올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무책임하다. 단가가 오르면 사업비를 증액해야지 병상 수를 줄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국립의료원장이 분명한 의지로 대응해야 한다. 국립의료원 규모도 800병상에서 500병상 규모로 줄이려고 하는데 안된다”며 “오는 2027년 개원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개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 역시 “고인의 유족이 7,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약정한 주요 내용이 있는데 이를 변경한다는 것을 유족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기관장이 점잖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기부 약정을 어긴) 부끄러운 정부에 강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종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보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빨리 없애고 우리 사람 채우기에 골몰하는 것 같다. (주 원장이) 소신을 가지고 꿋꿋하게 현안을 힘있게 추진해 달라”며 국립의료원 신축 이전 계획 변경을 '문재인 정부 인사 찍어내기'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 원장은 “(유족과 한 기부 약정을 수정한 것을 설명하는 것은) 난감하다. (국립의료원 신축 이전 문제는) 복지부와 긴말하게 상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국립의료원이 7,000억원에 대한 가산세를 피하려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원금 7,000억원과 이자수익 143억원의 관리·운용 권한을 가진 기부금관리위원회에 회계나 금융 전문가가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고 이자수익 운용과 관련해서도 가산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과지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자수익 143억원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이자율이 0.10~2.11% 밖에 되지 않는 기업자유예금에 방치돼 있으며 그마저도 기부금관리위와 사무국 관리운영비 목적 등으로 분류돼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위원회는 기부금 이자수익 전액을 자유예금에 예치했는데, 정기예금에 포함했더라면 추가 위험성 없이 약 7,800만원의 부가 수익을 취할 수 있었는데도 자유로운 입출금을 위해 기업자유예금에 전액을 방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자수익 오‧남용에 대해서는 “자유예금에 방치돼 자유롭게 사용돼 오던 이자수익은 약 10개월만에 벌써 3억1,000만원 이상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기부금 오‧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백 의원이 기부금 이자수익 지출 세부 내용을 살펴본 결과 9월 기준 기부금관리위 사무국에는 상근 직원이 2명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국립의료원 인근 65평 사무실을 월 500만원 이상을 지불하며 임차하고 있었다.

또한 평균 2시간 26분 소요된 회의에서 타 부처 회의 참석 수당 지급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의원은 “삼성가가 기부한 7,000억원은 감염병 치료와 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 확충이 그 목적이 돼야지 위원회와 사무국의 호화 운영 및 사치 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와 공공기관이 행하는 그 어떤 사업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면밀한 관리 및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 원장은 “(기부금 관리와 관련해) 회계전문가 충원과 전문기관 위탁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전문가 충원은 결의되지 않았고 전문기관 위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 오‧남용에 대해서는 “기부금사무국 인원은 2명이지만 사무국 공간은 회의공간도 포함하고 있고 을지로는 임대료가 비싸다”라며 “위원회 수당은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수당기준을 준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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