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김종명 의사노조위원장 “경영진 교체 우선돼야”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의료원이 위기다. 성남시의료원 이중의 원장과 의사들 간 갈등은 봉합하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됐고, 성남시의회에 발의된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으로 민간위탁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진 미충원과 진료체계 정비 미흡을 이유로 민간 위탁 운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성남시의료원 내부에서는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고 잘못된 진단만으로 민간위탁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 원장과 불화로 의료원을 떠난 의사들은 20명이 넘는다. 순환기내과는 전문의 3명이 모두 퇴직한 이후 최근 겨우 1명을 채웠고, 신경외과는 전문의 3명이 모두 의료원을 떠났다. 안과도 올해 초 의료진 퇴직으로 진료과 유지가 어려운 상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1명밖에 남질 않았다. 전문의 10명으로 시작한 응급의학과는 현재 5명만 남았다. 의료진 퇴직으로 진료과에 듬성듬성 구멍이 뚫리면서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들의 배후 진료마저 어렵게 됐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는 “무능한 경영진의 경영 실패”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 2020년 7월 개원과 함께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중증환자 치료를 맡아오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손실보상금을 포함해 지난해 2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진 미충원과 진료체계 정비 미흡 등의 문제를 성남시의료원의 실패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성남시의료원 의사들은 이같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병원’에서 지역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원 역할을 다져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안팎으로 위기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시의료원 김종명 의사노조위원장(가정의학과)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성남시의료원 문제를 민간위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경영진의 리더십 혁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는 지난 4월 출범했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권도 확보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 김종명 위원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잘못된 진단으로 '민간 위탁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출처: 성남시의료원).
성남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 김종명 위원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잘못된 진단으로 '민간 위탁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출처: 성남시의료원).

- 성남시의회 문화보건복지위원회가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심사를 보류했지만 민간 위탁 운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조례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성남시의료원을 민간 위탁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조례안 개정의 사유나 절차도 납득하기 어렵다.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2020년 7월 개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개원도 하기 전인 4월부터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열의와 기대감에 잘해보자는 분위기도 컸다. 병원 규모가 크니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일반진료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사실상 일반진료 환자는 많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이제 시작인 상황에서 민간위탁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 코로나19 환자를 전담으로 봤던 공공병원들이 일반진료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지방의료원들은 2년 넘게 일반진료를 제한하면서 환자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이제 막 개원한 병원처럼 환자를 모아야 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 진료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4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성남시의료원은 제한적으로나마 외래와 입원진료를 계속해 왔다. 특히 입지조건도 아주 좋기 때문에 진료 시스템만 잘 갖출 수 있다면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금을 포함해 지난해 270억원 흑자가 났다.

- 성남시의료원이 갖고 있는 좋은 입지조건이라는 게 뭔가.

성남시의료원이 있는 원도심 인구가 45만명으로 탄탄하다. 또 옛날 성남시청이 있던 자리로 원도심 중앙에 규모 있게 병원을 지어 놨다. 제대로 된 종합병원 역할을 성남시의료원이 할 수 있다. 동네의원 수만 350여개다. 의원들과의 진료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성남시의료원을 찾는 환자들도 크게 늘 수 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성남시의료원을 찾지 않는 이유가 의사들에게 있다고 하지만 이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정의학과만 하더라도 의원에서 의뢰해 오는 환자가 지금 거의 없다. 대부분 의료원 주변에 살다보니 찾는 환자들이다.

- 경영실패를 성남시의료원의 실패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중의 원장과의 갈등도 깊어 보인다.

‘의료용 고압산소챔버’로 원장과의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까지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해 원장과 의사들 간 많은 갈등이 있었다. 특히 올해 초 연봉체계를 이 원장이 완전히 바꿨고 의료진 이탈로 이어졌다. 기존 70~80% 차지하던 기본연봉을 50%로 줄였다. 나머지 50%는 진료실적에 대한 정량평가와 근무평정에 대한 정성평가로 바꿨다. 더욱이 교과서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는데 실적에 대한 평가도 커졌다. 그렇다고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도 않다. 각 평가지표에 대한 세부지표가 없으니 원장 마음대로 점수를 주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진료 실적이 중상위권이던 A진료과장이 있었다. 원장에게 직언을 잘 하던 사람이었는데 연봉평가 때 정성평가에서 점수가 최하위를 받아 연봉을 10% 깎였다. 결국 A과장도 병원을 떠났다. 또 다른 의사는 지난해 몸이 안 좋아 병가를 썼다며 정성평가 항목 중 ‘건강상태’ 점수가 0점 처리 된 사례도 있다.

고압산소챔버 건도 그렇다. 지난 2월부터 의료용 고압산소챔버 운영을 시작했지만 3월은 코로나19 유행 정점이던 시기였다. 직원들 중에서도 감염자가 많아 진료 공백이 생기던 때다. 응급실 인력도 부족했고 심지어 당시 고압산소챔버를 담당했던 간호사도 감염돼 인력 자체가 없었다. 그럼에도 원장은 계속 치료를 강행했다. 당시 응급의료센터장이 한 주만 고압산소치료를 3일 쉬자고 제안했다가 갈등이 커졌다. 원장의 독단적인 경영방식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이다.

- 성남시의료원 입지도 좋고 의사들의 실력도 코로나19 진료를 통해 검증됐다면, 일반진료 활성화가 잘 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성남시의료원은 중환자실을 갖추고 '맨 파워'도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중환자를 다 볼 수 있었다. 투석환자들도 다 수용했고, 소아 환자들도 전담해서 봤다. 성남시의료원을 규모 있게 지은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지방의료원들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원장은 오히려 경영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긴다. 환자가 안 오면 그건 의사들이 열심히 안한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경영자 역할이 병원에 환자들이 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홍보사업들도 펼치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동네 의원에서 성남시의료원으로 환자 의뢰를 하지 않는다. 의원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환자들이 찾기 시작하면 입지 좋은 이곳에서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 역할을 개별 의사가 어떻게 하나. 경영진 역할이다. 그런 기본적인 시스템도 없이 의사가 제대로 환자를 안 보고 거부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제 개원 3년차 들어섰고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일반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원장의 경영 실패로 의료진이 나가는 문제 때문에 이를 핑계 삼아 민간에 위탁하자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러니 경영진 리더십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영진을 교체하고 새로운 진료체계를 만들어 의료진도 충원하고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내년 말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민 발의를 통해 만들어진 공공병원이 사라질 위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 조례안이 통과되서 민간의료기관이 위탁을 맡게 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보라매병원 사례를 보면 된다. 보라매병원도 서울대병원에서 위탁하고 얼마 안 돼 위탁 해지를 검토한 적 있지만 반발이 심해 위탁 해지를 생각도 못하고 있다. 지금은 보라매병원이 시립병원이라는 생각도 안 든다. 완전히 서울대병원이 됐다.

그래서 너무나 안타깝다. 성남시의료원에 제대로 된 기회도 안 주고 민간으로 위탁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니.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어디서 공공병원이 성공하겠나. 모범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성남시의료원이 지역공공의료를 잘 해 나갈 수 있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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