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낮고 중도 이탈률은 높은 필수과
필수과 대부분 평균 연령 50대로 ‘고령화’
여야 의원들 “지원 대책 마련해야” 강조

국정감사를 통해 필수의료의 현실이 다시 드러났다.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더 심화돼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국회 내에서도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논의가 구체화 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수의료과목으로 꼽히는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최근 5년간 전공의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2018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그 이후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2021년도에는 38.2%, 2022년도 28.1%만 정원을 충원했다.

2022년도 기준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47.9%였으며 산부인과 80.4%, 외과 76.1%였다. 비뇨의학과와 내과는 각각 108.0%로 정원을 채웠지만 최근 5년 평균 충원율은 비뇨의학과 79.0%, 내과 98.7%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어렵게 전공의를 모집했어도 필수의료과는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필수의료과 전공의 10명 중 1명은 수련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타났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흉부외과·산부인과·외과·신경외과·내과·비뇨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이탈률은 평균 10.5%로 전체 평균인 9.3%보다 높았다. 과별로는 ▲흉부외과 14.1% ▲산부인과 13.1% ▲외과 13.0% ▲신경외과 12.7% ▲내과 10.3%였다.

특히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이탈률이 지난 5년간 급증했다. 흉부외과는 지난 2018년 6.3%에서 2022년 7월 24.1%로 17.8%p, 같은 기간 산부인과는 5.8%에서 18.5%로 12.7%p 증가했다.

반면 인기과인 피부과는 전공의 이탈률이 5년 평균 1.3%에 불과했으며 영상의학과나 재활의학과는 5%대였다.

이처럼 젊은 의사들이 전공하길 기피하면서 필수의료과에서는 고령화 현상도 나타난다. 신 의원은 5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전문의 연령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2월 기준 7개 필수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0.2세인 반면 6개 인기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48.1세였다.

필수과는 복지부 필수의료협의체에 참여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와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으로 논란이 된 신경외과로 정의했으며 인기과는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를 꼽았다.

과별 전문의 평균 연령은 외과와 산부인과가 53세로 가장 높았고 흉부외과·비뇨의학과 52세, 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 50세였다. 필수과 중 내과만 전문의 평균 연령이 48세였다.

인기과의 경우 성형외과만 전문의 평균연령이 50세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는 40대였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평균연령 45세로 가장 젊었고 영상의학과 48세, 안과·정신과·피부과 49세였다.

내과를 제외한 필수과는 30대 이하인 전문의 수가 60대 이상보다 적었다. 반면 인기과는 30대 이하 전문의가 60대 이상보다 많았다.

필수과는 전문의 취득 후 전공이 아닌 다른 과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에 따르면 흉부외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일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469명에서 2021년 485명으로 늘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다른 업무를 하는 인력이 2017년 4,462명에서 2021년 4,772명으로, 산부인과는 2,873명에서 3,137명으로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이대로면 20~30년 후 필수의료 붕괴 필연" 지원 방안은?

여야 의원들은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특정과에 대한 기피 현상 심화는 해당 과 전문의들의 고령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공의 수급이 어려워 젊은 의사 충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후에는 필수의료 붕괴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의원은 “필수의료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전공의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도포기까지 늘어나며 인력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명감으로 필수의료과목을 선택한 전공의들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해 충분한 보상을 주고 전공의 수련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필수적이지 않은 초음파·MRI 촬영 남발 등 방만 건강보험 지출로 인해 건보재정 위기와 도덕적 해이, 필수의료분야 쇠퇴를 초래했다”며 “특히 문 케어 이후 불필요한 건보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필수의료분야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쇠퇴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건보재정 위기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필수 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료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감에서 “해당(필수의료) 과목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보상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하고, 인프라를 확충해서 지역 어디서나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아암, 뇌졸중, 재활의료 모두 응급성이 있고 고난도·고위험 분야로, 최우선적으로 확충하려 하는 필수의료의 대표적 분야”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정말 중요하지만, 지금 수요 자체가 줄어 공급 기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모두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부실해졌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항목의 지출 급증 원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적 재원이 특정 분야로 쏠려서 필수 의료 쪽으로 가지 못한 점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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