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치료기·CAR T-세포치료·암정밀센터 등 미래로 도약하는 암병원
이우용 암병원장 “암병원, 바이오 R&D 성장판 되는 트랜스포머 될 것”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은 미래 바이오 시대를 위한 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항암치료만 하는 암병원이 아닌 연구를 통해 미래 시대를 이끌어 가는 R&D 허브로 발돋움 하겠다는 것이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은 미래 바이오 시대를 위한 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항암치료만 하는 암병원이 아닌 연구를 통해 미래 시대를 이끌어 가는 R&D 허브로 발돋움 하겠다는 것이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미국 존스홉킨스병원(Johns Hopkins Hospital)과 일본 국립암센터를 제치고 ‘월드베스트 전문병원(World's Best Specialized Hospitals)’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이 미래 바이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은 “항암치료만 하는 암병원의 시대는 지났다”며 전 세계 유례없는 치료 성과 데이터를 갖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이 연구를 통해 미래 시대를 이끌어 가는 R&D 허브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8년 개원한 이래 삼성암병원은 국내 신규 암 환자의 약 12%를 치료하고 있다. 한 해 약 3만명이 삼성암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암병원이 펴낸 의료질평가보고서(Outcome book)에 따르면 한국인에서 주로 흔한 위암의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은 87.7%이고, 대장암 84%, 폐암 50.7%, 유방암 95.3%, 간암 55.5%였다. 이는 모든 암종에서 국내는 물론 미국보다 상대생존율이 앞선 수치다.

암종별 5년 상대생존율 비교(자료제공: 삼성서울병원).
암종별 5년 상대생존율 비교(자료제공: 삼성서울병원).

또 같은 암이라도 치료가 더 까다로운 ‘원격 전이암’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원격 전이암은 암이 최초 발생한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에까지 퍼진 상태를 말한다. 암 환자들에게는 4기암으로 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 가짓수가 적고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주요 암 가운데 대표적인 난치암인 췌장암에서 원격 전이여도 삼성암병원 5년 상대생존율은 지난 2011~2015년 기준 26%에 달했다. 국내 평균은 2%다. 또 다른 난치암인 폐암에서 상대생존율은 34.7%를 기록해 국내 평균(6.1%)보다 5배 더 높았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암 치료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삼성암병원이 개원하고 모든 병원들이 따라오면서 국내 암 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큰 (치료)혜택을 받는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원내 자부심도 올라갔지만 환자들이 정말 좋은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는 신뢰감이 생겼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은 "전 세계를 리딩하는 암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래 암병원’ 그리는 삼성암병원의 도전

삼성암병원은 지난 2016년 국립암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현재 하루 50건에 가까운 치료를 하고 있다. 환자 치료 사례도 5,000례를 넘어섰다. 암종별로 두경부암 21.9%, 간암 18.1%, 뇌종양 17.8%, 폐암 14.7% 순이다.

또 올해 5월 세계 처음으로 혈액종양내과를 중심으로 5개 이상의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중심의 암정밀 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최근 암연구분야에서 유전체 분석, 비이오마 분석, 면역치료 등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진료 중심의 다학제 접근을 기반한 암정밀치료센터는 삼성암병원이 처음 시도했다.

암정밀치료센터는 한 환자의 암상정보, 암의 특성, 혈액 검사, 암의 이미지, 특이 합병증 등을 통합적으로 정밀분석해 차세대 암치료, 암수술기법, 방사선치료 등 암미래의학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표준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암환자, 말기암환자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된 유전자가 발견된 암환자 등이 주요 치료 대상이며, 고형암, 백혈병, 기타 유전성 질환에도 개인 정밀 맞춤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소한 CAR T-세포치료센터도 환자 치료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는 암세포가 정상세포인냥 속여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암세포를 찾을 수 있도록 면역세포에 일종의 네비게이션을 달아 준 차세대 치료제로 올해 4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해졌다.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 주로 쓰이며, 재발, 불응성 환자가 CAR T-세포 치료를 받은 경우 완전 관해율이 40~60%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보 적용으로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로 치료 지속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급여 전환으로 약값이 내려가면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 환자 입원기간도 길고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이에 대한 수가 책정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좋은 치료를 선도해 나가는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정수가, 적정진료를 해야 하는데 저수가로는 적정진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른 병원들도 CAR T-세포 치료를 시작하고 데이터가 모이면 학회 차원에서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치료를 병원이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병원이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암병원은 미래 바이오 시대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역량 강화를 위해 전반적인 암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진료과별 상이 했던 EMR 서식을 통일하고, 검사와 치료 결과 외에도 치료 내용까지 모두 자동 연결해 호출 가능하도록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 추가해야 할 게 있다면 암병원이 더 이상 항암치료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라며 “(암병원들이) 연구를 통해 R&D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유례 없는 데이터를 갖고 있는 삼성암병원이 (연구를 통해) 국내외 제약사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R&D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암병원이 R&D 성장판이 되는 트랜스포머가 되도록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교수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떻게 제약사가 글로벌 리서치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줄 것인지가 또 하나의 미션”이라며 “이를 통해 전 세계를 리딩하는 암병원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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