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중증 필수의료 위주 기울어진 논의 상황 지적
전공의 지원 감소…커뮤니티케어 등 ‘단체개원’ 미래 방향 제시
근거 기반 양질의 진료 제공 위한 '현명한 선택' 권고안 발표

대한가정의학회가 30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중증 필수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일차의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명승권 이사와 선우성 이사장.
대한가정의학회가 30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중증 필수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일차의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명승권 이사와 선우성 이사장.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중증 필수의료 분야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증 필수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차의료도 필수의료로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가정의학회 선우성 이사장은 30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중증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물론 중요하다”며 “하지만 중증 질환이 생기는 단계를 막거나 늦추는 일은 일차의료에서 할 수 있다. 이는 일차의료가 필수의료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선우 이사장은 “중증 필수의료가 효율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에서의 필수의료가 잘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아산병원 사건 때문에 중증 필수의료 위주로 (논의가) 너무 기울어진 부분이 있는데 일차의료도 필수의료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로 전문과로서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도 가정의학회의 고민이다. 이에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일차의료에 대한 의대생들의 노출 기회를 늘리고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행사가 의대생들이 참여하는 ‘가정의학과 매력찾기 페스티벌’이다. 가정의학회는 주치의제도와 가정의학의 역할,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의과대학에서 일차의료 교육방안 등의 주제에 대해 의대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국 의과대학에서 10개 팀이 지원해 심사 끝에 6팀이 결선에 올랐으며, 6개 팀은 오는 10월 2일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전문의 시험에 대비한 CPX(Clinical performance exam) 형성평가를 통해 전공의들이 실기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가정의학회는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지도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CTFM(Committee for Teachers of Family Medicine)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선우 이사장은 “일찍부터 일차의료에 노출된 의대생 등이 일차의료를 많이 선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일차의료에 대한 전공의 충원률이 너무 떨어지고 있어 학생 때부터 관심을 가져 달라는 의미에서 처음 매력잡기 페스티벌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커뮤니티케어나 방문 진료 등 미래 의학을 대비하기 위해 단독개원이 아닌 단체개원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선우 이사장은 “커뮤니티케어나 방문 진료 등 단독개원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는 집단개원이 답이라는 주제로 여러 명이 모여 단체개원을 하고 있는 선배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했다.

선우 이사장은 “일차의료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면서 인기가 없어진 게 전공의 지원률 하락의 첫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일차진료의로서 보람이 충분히 있고 정책적 지원이 잘 돼 취직도 잘되고 워라벨도 가져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하면 가정의학과도 다시 살아날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근거 기반 양질의 진료 제공 위한 '현명한 선택' 권고안 발표

한편, 이날 가정의학회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하고 근거에 기반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불필요한 진단과 치료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권고안을 발표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지난 2012년 3월 미국내과학위원회(ABIM) 재단의 9개 전문학회에서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 ‘Top5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주도 하에 캠페인이 시작됐다.

가정의학회는 근거중심의학위원회에서 지난해 5월부터 현명한 선택 권고안 개발과정에 착수해 가정의학회원과 상임이사 설문조사를 거쳐 최종 7가지 권고안을 제정했다.

선우 이사장은 “1차 진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환자는 의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 발생을 줄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제정 의의를 설명했다.

현명한 선택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다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PET/CT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뇌 MRI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를 주사하지 않는다 ▲외래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의 생활습관병을 처음 진단했을 때(약물 처방이 즉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선적으로 수주내지 수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다 등이다.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명승권 이사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 국외 가정의학회의 현명한 선택 권고안과 우리나라 상황에 필요한 권고안을 최신 문헌과 지침을 토대로 근거에 기반해 가정의학회원과 상임이사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명 이사는 "7가지 외에도 중요한 내용들이 있어 이번 캠페인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업데이트해 지속적인 캠페인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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