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사업, 비대면 코디네이터로 원격간호 제공 가능”
비즈니스 모델 개발 필요성 제시…“투자 근거 마련 위한 연구 필요”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지난 23일 ‘원격간호·건강교육 : 최신지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원격의료 법제화 흐름에서 원격간호의 사례를 공유하고 간호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캡쳐: 한국원격의료학회 유튜브 화면 캡쳐).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지난 23일 ‘원격간호·건강교육 : 최신지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원격의료 법제화 흐름에서 원격간호의 사례를 공유하고 간호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캡쳐: 한국원격의료학회 유튜브 화면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 논의가 활성화되며 간호 분야에도 원격간호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민들은 온라인 의료 플랫폼 ‘Health Care Connect’를 통해 언제든지 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 365일 24시간 간호사들과 연결될 수 있는 핫 라인이 구축돼 있어 실시간 채팅도 가능하다. 주민들은 전화 혹은 온라인 채팅으로 간호사에게 건강 상담을 요구하거나, 주치의 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간호사 교육과정에 원격간호를 도입한 곳도 있다. 미국 허징대학교(Herzing University)는 간호대학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간호사 석사 과정에 원격간호 수업을 개설하고, 우울증 상담, 수감자에 대한 정신 상담, 응급실에서의 정신 건강 관련 처치를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간호사들, 원격간호에 필요한 역량 길러야"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학계를 중심으로 원격간호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지난 23일 ‘원격간호·건강교육 : 최신지견’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원격간호를 자리매김 하기 위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윤은경 부학장은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는 만큼 간호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 부학장은 “최근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던 만성질환 건강관리가 비대면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며 "(비대면 서비스에서) 비의료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 간호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윤 부학장은 간호사들도 원격간호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부학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하거나 원격으로 간호 상담을 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시행한 결과, 간호사들은 ‘내가 간호를 하고 있는 건가’, ‘(내가 하는 일이) 간호가 맞는 것인가’ 등 딜레마를 겪고 있었다”며 따라서 국제간호협회(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 ICN)에 명시된 간호역량 외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했다.

윤 부학장은 또 “비대면 간호역량 요구도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용도가 낮은 그룹에서 환자·가족·의료진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디지털과 간호를 접목하는 것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원격간호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수용도에 따른 수준별 간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어코디네이터 등 지역사회 건강관리에 원격간호 도입 가능"

정부가 원격의료를 법제화할 경우 원격간호로 제공할 수 있는 간호 서비스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케어코디네이터 등 지역사회 내에서의 간호상담과 교육 등이 제안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혁신사업센터 이윤수 센터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 케어코디네이터가 있는데, 일차의료기관은 케어코디네이터 고용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의사 혼자 건강 데이터나 라이프로그를 일일이 해석할 수 없다. 비대면 케어코디네이터를 현실화하면, 모니터링을 통한 생활 습관 관리 등 환자 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학회 박현애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원격의료에 반대하며 3차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데, 생활 습관 등 건강관리부터 (원격간호를) 시작하면 이 부분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간호학과 우경미 교수도 “집이나 지역사회의 만성질환관리에 먼저 원격간호가 도입돼야 한다”며 “케어코디네이션은 사례 관리 등 여러 복합적인 정보를 종합하는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 간호사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교육·상담은 지역사회에서 원격으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원격간호 비즈니스 모델…투자 근거 마련 연구 필요"

원격간호 도입을 위해 정부지원과 더불어 원격간호를 통한 수익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윤은경 부학장은 “의료취약계층 등 원격간호를 원하는 대상이 있는 만큼, 학회나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원격간호도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만한 컨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간호학과 최모나 교수는 “(원격간호에서) 노인 간호에 대한 수요와 맞물려 ‘휴먼 서비스’와 기술을 연계하는 문제가 있는데, 기술에만 의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때문에 인간 감성과 기술과의 조화를 의미하는 ‘하이터치’와 같은 개념으로 효용성과 함께 연구돼야 한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연구자들이 다뤄야 할 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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