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국민정신건강 관리모형’ 보고서 발표
20대 의사, 수면문제율도 높아…관계갈등 심한 개원의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보고서에는 직장인 평균과 의사군의 임상 증상을 비교한 내용도 담겼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보고서에는 직장인 평균과 의사군의 임상 증상을 비교한 내용도 담겼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의사 집단에서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의사들의 번아웃 비율이 일반 직장인 대비 높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직장인을 중심으로’ 보고서(연구책임자 강북삼성병원 조성준 교수)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강북삼성병원 직장건강연구소 정신건강상태 프로그램에 참가한 52개 기업과 정부기관 소속 20~65세 직장인 1만5,199명을 대상으로 사회인구학적요인(나이, 성별, 교육수준, 결혼상태, 직급, 근속연수), 근로시간, 직무스트레스(KOSS-SF 설문 및 PSS), 회복탄력성(K-CD-RISC), 우울증상(CES-D), 음주척도의 전체점수(AUDIT-K), 의존/문제행동(AUDIT-C), 음주의 양/빈도(AUDIT-D/P) 등을 조사·분석했다.

분석 결과, 의사들에서 일반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내 우울증 의심군은 20대 7.1%, 30대 6.5%, 40대 5.1%였다. 반면 의사 내 우울증 의심군은 20대 14.3%, 30대 13.8%, 40대 6.3%로 연령대별로 일반 직장인군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대부분 전공의와 임상강사로 구성된 20대, 개원의와 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CUXOS(Clinically Useful Anxiety Outcome Scale)를 이용해 측정한 불안은 의사군에서 일반 직장인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사군의 번아웃 비율은 일반 직장인 대비 양호한 편이었지만 20대에서는 일반 직장인보다 높았다. 전공의와 임상강사 비율이 높은 20대 의사들의 경우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56.8시간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하게 길었다.

20대 의사는 수면 시간도 부족했다. 연구진은 강북삼성병원에서 개발한 KBSGQ(Kangbuk Global Sleep Questionnaire)를 통해 파악된 수면의 질, 시간, 효율 등을 종합해 수면 문제율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대 의사들은 수면 문제율이 특히 높게 보고돼 주간활동 곤란, 수면시간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사군의 통제감은 일반 직장인 대비 높았지만 20대 의사의 경우 다른 연령에 비해 통제감이 낮게 보고됐으며 열정과 끈기 부족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 면에서 의사군은 평균 7.2점으로 일반 직장인 평균인 6.7점보다 높았다. 의사군에서 음주위험군은 1.7%, 흡연위험군은 0.9%로 일반 직장인 대비 양호했다. 20대 의사는 식습관도 가장 좋지 않았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의사군의 직무 스트레스 중에서는 관계 갈등이 가장 높았고 직무요구가 뒤를 이었다. 관계 갈등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개원의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관계 갈등이 높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혼자서 진료와 운영 등을 모두 감당하며 주변에서 도움을 구하기 힘든 특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진은 “의사군에서 전체적인 근로자들과 차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자의 직종에 따라서도 다양한 형태의 정신건강 상태와 문제를 보임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심도 높은 진찰과 접근이 있어야 개별 근로자에게 맞춤형의 효율적인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조언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직장인 정신건강관리 모델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근로자 정신건강 조기 선별을 위해 일반 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사를 포함하는 방안과 우울장애 뿐만 아니라 불안장애 및 알코올 사용 장애 등까지 검사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 정신건강문제 조기개입을 위해 F코드(정신질환) 대신 Z코드(일반상담)로 검진과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높은 업무강도와 무한 경쟁 등으로 항시 정신건강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근로자 개인과 기업은 물론 가족과 사회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정신건강 고위험 근로자를 조기 선별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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