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 최우선 의료계 주도 논의" 공감대 확산
논의 활성화 긍정적이나 지나친 규제 될라 우려도

'의사가 만드는'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등장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계 중심 비대면 진료 논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거란 기대는 물론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7일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세미나에서는 젊은 의사 중심으로 결성된 '비대면진료연구회'가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과 사례집 개발 목적과 필요성을 밝혔다.

비대면진료연구회는 올바른 비대면 진료 방향 설정을 위해 지난 5월 결성됐다.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환자 안전과 실제 비대면 진료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가이드라인과 사례집도 이를 바탕으로 만들고 있다.

이날 발표 현장에서도 사례 수집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비대면 진료 논의 주도를 위해 의사들의 경험과 의견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연구회 일원으로 비대면 진료 사례 수집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 역시 안전한 의료 현장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례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데 의료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올해 초 비대면 진료 전문 의원을 열어 주목받았다.

이 원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이전에 그 사례에 대한 정리와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향후 처방 금지 약물이나 대면진료 기준을 설정하고 의료 현장이 유연하게 빠르게 대처하려면 일회성 사례 수집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체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세미나에서 비대면 진료 사례 수집에 대한 발표 내용 일부(자료 출처: 이의선 원장 제공).
지난 17일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세미나에서 비대면 진료 사례 수집에 대한 발표 내용 일부(자료 출처: 이의선 원장 제공).

비대면진료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밸런스본의원 정환보 원장은 18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과 사례 수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개발에 참여한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 입장에선 산업계나 기술 친화적이란 우려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가이드라인과 연구회 목적이 환자 안전을 위해 비대면 진료 중개사업자(플랫폼)도 의료적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는데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비대면진료연구회는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까지 수렴해 9월 중 가이드라인과 사례집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정 원장은 "한번 달리기 시작한 열차는 다시 되돌릴 수도, 멈춰 세울 수도 없다. 정책의 첫 출발은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국내 비대면 진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 상황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서울시의사회와 연구회 모두 환자 안전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이런 의료계 의지가 앞으로 비대면진료 논의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 가이드라인 만들자 목소리도…업계 평가는 엇갈려

비대면 진료 논의가 플랫폼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지적되는 상황에서 자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논의를 주도하려는 의료계 시도에 이목이 쏠렸다. 사진은 이번 정부가 대통령인수위 시절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찾아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진행한 모습(사진 제공: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논의가 플랫폼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지적되는 상황에서 자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논의를 주도하려는 의료계 시도에 이목이 쏠렸다. 사진은 이번 정부가 대통령인수위 시절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찾아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진행한 모습(사진 제공: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의사들이 직접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약사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먼저 규정을 제시하자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약 배달 등 추가적으로 민감한 요소가 얽혀 있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약 배송 문제는 환자 안전이나 법제도적인 문제 외에도 기술적 부분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제도화 논의에 도움이 되리란 기대도 있었지만 지나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아직 플랫폼 부분을 다룬 부분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의료계 입장을 담아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가이드라인인 만큼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운영 가이드라인으로서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을 만들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더 발전적인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료계가 가이드라인은 물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도 통일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의) 영향력이나 파급 효과를 말하긴 이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게 또다른 규제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제도화를 앞두고 각계가 더 다양한 의견을 내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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