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7일 회수·폐기 처분…퇴출 절차 본격화
한미, 업계 대표해 의견서 제출…“합리적인 후속조치 요청”
서울시내과의사회 "퇴출 시 환자와 의사에 충분한 시간 줘야"

뇌기능개선제 아세틸-L-카르니틴(이하 아세틸엘카르니틴)제제의 전 품목 허가 취소가 기정사실화됐다. 처방액 연 5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국내 제약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속도조절 등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약. 알약. 캡슐. 포장. 약품. 제네릭. 식약처. 허가. 관리. 제조.
약. 알약. 캡슐. 포장. 약품. 제네릭. 식약처. 허가. 관리. 제조.

이달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 의약품 33개 품목(30개사) 전 제조번호에 회수·폐기 처분을 내렸다. 사유는 ‘재평가 결과 유용성 미입증’이다.

식약처는 지난 8월 5일 아세틸엘카르니틴제제 처방·조제 중지를 요청하는 의약품 정보 서한을 배포함과 동시에 아세틸엘카르니틴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결과 적응증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현 효능·효과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한 차례 적응증(일차적 퇴행성 질환)이 삭제된 이후 마지막 남은 적응증마저 삭제된다면 이는 아세틸엘카르니틴제제의 품목허가 취소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이후 식약처는 20일간의 시안 열람 기간과 열람 종료일 이후 약 10일 간의 이의신청 접수 기간을 가졌다. 의약품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 제8조에 따라 업체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식약처는 타당성을 검토해 심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이의신청 마감 기한인 지난 5일까지 식약처에 이의 신청을 제출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니틸정’으로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이나 오리지널 품목 ‘니세틸정’을 보유한 동아제약 등 품목 보유 제약사들 모두 이의신청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아세틸엘카르니틴제제 품목을 보유한 한 국내사 관계자는 “임상 재평가 결과 발표 이후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임상을 통한 효능 입증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의 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평가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는 종료되고 식약처의 후속 조치만 남게 됐다. 식약처는 후속조치에 속도를 낼 예정으로, 이달 중 판매정지 처분 또한 내릴 계획이다.

다만, 임상 현장에선 식약처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지난달 11일 성명서를 통해 현 급여 및 임상 재평가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그간 잘 복용하던 약을 하루아침에 유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변경하면 '그동안 효과 없는 약을 처방한 것 아니냐'는 불신의 화살이 곧장 의사에게 꽂힌다"며 "급여 퇴출이 이뤄질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와 의사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제약업계는 회수·폐기 및 판매 정지 처분 등 식약처의 후속조치에 대한 대응을 고심 중이다. 최근에는 한미약품이 업계를 대표해 식약처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재평가 결과를 수용하되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식약처에 향후 후속조치를 합리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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