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치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에 세부분과 지원도 없어
소아외과·소아혈액종양 등 전문의 없는 대학병원도 수두룩
“획기적인 재정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대 끊긴다”

소아감염, 소아혈액종양, 소아심장, 소아외과 등 세부분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소아감염, 소아혈액종양, 소아심장, 소아외과 등 세부분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소아 환자를 볼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줄면서 응급실은 물론 외래 진료실이나 수술실에서도 소아 환자를 치료할 의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소청과 세부·분과는 감염, 내분비, 소화기영양, 신경, 신장, 신생아, 알레르기·호흡기, 혈액종양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이 세부·분과전문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운영하는 총 8개 세부분과 모두 전임의 부족에 허덕인다.

이 뿐이 아니다. 대한외과학회에서 운영하는 세부·분과인 소아외과도 지원자가 없다. 소청과와 외과 등이 기피과라면 ‘소아’가 붙은 세부·분과는 ‘극기피과’가 된 셈이다.

지난해 소청과를 지원한 의사는 정원(203명)의 28%인 57명뿐이었다. 소청과는 2019년도 전공의 모집부터 미달이 속출해 2021년도에는 정원 204명 중 78명(38.2%)만 충원됐다. 세부분과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6월 현재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67명뿐이다. 이들 중 46.3%인 31명은 10년 내 은퇴하며 14명은 5년 내 은퇴한다. 하지만 새로 배출되는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한해 3명도 안된다.

또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60% 이상이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강원도와 경상북도 등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소아감염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한소아감염학회에 따르면 7일 현재 소아감염 전문의는 총 70명이다. 그리고 이들 중 73%인 51명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근무한다. 울산과 광주, 경북, 전남 지역에는 소아감염 전문의가 한명도 없으며 강원과 충남, 제주 지역에는 1명씩만 있다.

소아심장 전문의는 총 168명이지만 대부분 세부·분과 전문의제도가 시작된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배출된 인력이다.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소아심장은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며 지난해 배출된 신규 세부전문의는 10명이다. 특히 소아심장 수술이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20명뿐이다. 소아외과를 전공하려는 의사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로 대한외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외과에 지원한 외과 전문의는 한 명도 없었으며 신규 배출된 소아외과 전문의도 없었다.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인 류정민 교수(응급의학과)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전공의 지원 감소가 소아 세부·분과전문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증 소아환자를 입원시키려 해도 해당 세부·분과전문의가 없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의학 교수들의 정년이 5년 정도 남았지만 전임의도, 전공의도 없으니 후학 양성도 불가능하다. 대학병원 소청과에 세부·분과가 전임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현재 소청과 분과도 교수 1~2명이 전부다. 이들이 은퇴하고 병원을 나가면 중증 소아환자 진료는 대가 끊겨 볼 수도 없다. 파격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사실 수가로 해결될 시기는 지났다. 수가는 기본적으로 환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출생률 감소로 환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청과 의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획기적인 재정지원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를 이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아혈액종양학회는 “병원이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겠지만 중증진료를 할수록 적자인 의료보험수가 구조와 국가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서 어떤 병원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는다”며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지원 기피가 심화되는 필수의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원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수의료를 위한 별도의 국가재정을 투입해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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