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22서 ESC/ERS 폐고혈압 가이드라인 7년 만에 개정 발표
폐고혈압 진단기준을 평균폐동맥압 25mmHg에서 20mmHg로 낮춰
표적약물 병용요법 통한 강력한 치료 및 다학제 치료 중요성 강조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호흡기학회(ERS)가 지난 28일(현지시각) 2015년 이후 7년 만에 폐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발표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2)에서 발표된 해당 가이드라인에선 폐고혈압의 혈역학적 정의(haemodynamic definitions)가 새롭게 업데이트됐으며, 지난 15년 동안 개발된 3가지 계열 약물의 병용요법을 통한 치료 전략, 폐고혈압 환자 관리에 있어 다학제적 진료 시스템의 중요성 등이 담겼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지역사회에서 폐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고위험 또는 복합적인 환자를 신속하게 폐고혈압 전문센터로 의뢰할 것을 권장했다.

이에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에게 새롭게 개정된 2022 ESC/ERS 폐고혈압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개정 의의와 함께 국내 폐고혈압 치료 환경에 대한 평가 등을 들었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7년 만에 개정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달라진 점은.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폐고혈압 진단기준에 평균폐동맥압(mPAP)을 25mmHg에서 20mmHg으로 낮춘 것이다. 과거 25mmHg가 임의적으로 설정된 수치라는 것과 평균 정상치가 18mmHg임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런 변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폐고혈압을 조기 발견하기 위함이다. 마치 2017년 미국에서 고혈압의 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으로 낮춘 것처럼, 완치가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폐고혈압에서는 더욱 '조기 발견'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진단기준이 되는 혈역학적 정의를 'mPAP 20mmHg 초과'로 낮춘 것이다. 다만 이때부터 표적약물 치료를 시작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앞으로 임상연구를 통해 근거를 창출해야 하는 영역이다.

또한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특발성과 2군 폐고혈압의 진단기준 중 폐고혈압 저항 기준을 3WU(Wood Unit)에서 2WU로 낮췄는데, 이는 지난 2018년 세계 폐고혈압 심포지엄(WSPH)에서보다도 더 낮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치료를 3단계로 해서 심혈관계 병발 질환이 있을 때 PDE5i나 ERA 사용을 고려하게 하는 1단계, 특히 2단계에서 초기부터 ERA + PDE5i 병합요법을 저·중위험군에서도 기본으로 시작하도록 한 것과 고위험군에서 ERA + PDE5i + i.v./s.c. PCA(prostacyclin analogue)의 3제요법을 시행하도록 강조한 것이 치료 부분의 하이라이트이다. 또 추적관찰에서는 '4 계층화(starata)'로 더 세분화하고, 저위험군으로 내려가지 않은 중저위험군(intermediate-low)에서는 PRA(prostaglandin receptor antagonist)를 넣어 3제로 강화하거나 PDE5i를 sGCs로 바꾸게 한 것이 눈에 띈다. 더 중요한 것은 중상(intermediate-high)나 고위험군에서 i.v./s.c. PCA를 꼭 사용하게 한 것인데 이는 강력한 표적치료제병용요법으로 저위험군에 이르게 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다학제 치료를 핵심으로 해서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중재시술 파트, 전문간호사 등의 협업과 소아심장과, 류마티스내과, 정신과, 산부인과, 간파트 등 환자의 전인적 치료를 위한 다학제가 강조됐다. 이외에도 3군에서 최초로 흡입 표적치료제가 허용되는 등 각 군별 이슈들이 있었다.

-이번 유럽가이드라인의 개정 목표는 다른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강력한 치료'에 있는 것 같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월 26일 대한폐고혈압학회가 출범했다. 국내 학회 역시 이번 유럽가이드라인이 강조한 조기 발견 및 강력한 표적치료제 병용요법을 강조하는 '폐미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조기 발견은 가장 중요한 첫 단추다. 때문에 전신경화증, BMPR2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가족, 간문맥고혈압, 폐색전증 환자들에서는 철저한 스크리닝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계신 1, 2차 의사 선생님들의 임상적 의심에서 출발해 심초음파 검사를 통한 발견, 그리고 전문센터에서 우심도자검사와 감별진단을 위한 각종 정밀검사로 확진하는 3단계가 신속히 이뤄져야 임상 성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폐고혈압 전문센터'의 지정은 국내 폐고혈압 환자들의 삶의 질과 생명 연장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폐고혈압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도 미도입된 표적치료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포프로스테놀'은 고위험군에서 첫 번째로 고려되는 전문 치료제인데 개발된 지 27년이 지난 상황에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도입되지 않았다. 타다라필은 병합요법에 핵심적인 PDE5i 약물이고, 리오시구앗은 유일한 sGC(soluble Guanylate Cyclase) 자극제로서 폐동맥고혈압 2차 약제이자 만성혈전색전성폐고혈압(CTEPH)에 유일하게 허가된 약제인데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거의 10여 년째 도입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다학제 치료 부분은 가천대 길병원의 8개과가 폐동맥고혈압 다학제팀을 꾸려 환자를 위해 최선의 노력은 하고 있으나, 정부가 폐고혈압의 다른 전체 군들에 대한 지원과 적극적인 수가 보상으로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좀 더 추가되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번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좀 아쉬웠던 부분은 치료의 목표가 아직도 '저위험도 방향성'에 있다는 점이다. 치료와 추적관찰에서 중요한 3/4 계층화에 사용되는 WHO 기능 분류, 6분 보행, BNP/NT-proBNP보다는 정말 중요한 혈역학적 지표인 평균폐동맥압과 폐혈관저항을 진단뿐 아니라 치료에도 도입해야 한다. 두 지표를 '목표 평균폐동맥압과 폐혈관저항' 수치에 도달시켜 관리해야 우심부전과 심장돌연사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유전체 분석을 비롯 다중오믹스를 이용한 심층표현형 연구를 통한 정밀의료 내용이 많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원 심혈관질환과 용역 과제로 폐고혈압 정밀의료를 위한 심층표현형 장기추적 코호트 연구로서 'PHOENIKS' 프로젝트가 5년째 진행중인데, 추후 국내 폐고혈압 환자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예측해본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