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진료 제한, 3차 병원 입원도 어려워
“정부는 만전 기하고 있다는데 중증 악화된 환아 전원 안돼”
소청과·소아감염학회,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의료체계 정비 촉구

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을 위한 의료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을 위한 의료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진료할 의료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응급실 소아 진료가 제한되고 병상 부족으로 상태가 나빠진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스톱 진료기관 등 코로나19 진료체계는 성인 중심으로 운영돼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만 18세 이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42만3,799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 2,244만9,475명의 24.2%를 차지한다. 사망자는 총 44명으로 52.3%인 23명이 기저질환 보유자였다. 9세 이하가 65.9%(29명)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인 노원을지대병원 은병욱 교수는 “현재 위중증 상태인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더 있다. 위중증 환자들 중 사망하는 사례가 일주일에 1명 정도씩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일주일 기준 위중증인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4~5명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의료전달체계가 문제다. 진료가 지연되거나 환자를 이송하는데 오래 걸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증인 소아청소년 환자, 3차 병원 병상 찾기 하늘의 별따기”

정부는 소아 병상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17일 기준 소아 특수 병상을 2,727병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병상을 찾지 못해 입원이 지연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 중 복합적 증상 발현으로 인한 중증 환자를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이송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동병원협회는 “7월 이후 발병한 소아청소년 환자 가운데 코로19 증상 이외에 경련 등 중중 환자로 분류돼도 3차 의료기관 이송을 위한 병상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환자 중증 응급의료전달체계 문제로 전원이 안 되는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은 “아동병원에 입원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중증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응급이다. 이 경우 3차 의료기관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방역 당국에 병상 확인 등을 해도 묵묵부답”이라며 “대학 선후배 등 인맥을 통해 사정사정해서 어렵게 중증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를 전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방역 당국은 3차 의료기관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 당직 병원 운영 등 대책을 발표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동병원 진료 현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원 치료 시스템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소아감염학회 “성인과 다르다” 의료체계 정비 촉구

학회도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진료에 공백이 우려된다며 의료체계 정비를 촉구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의료 인력과 병상을 확보하고 이송과 전원의뢰, 응급의료 지원 체계가 원활하게 작용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소청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지난 9일 제안문을 통해 “BA.4/BA.5 변이 유행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8월에도 소아청소년 환자 수 급증에 뒤따르는 유증상 감염자와 중증 환자 증가로 소아청소년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이전에 건강했던 소아청소년 중에서도 폐렴뿐만 아니라 크룹, 세기관지염, 열성경련 등 성인과는 다른 형태의 코로나19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근염, 뇌염 등 중증 환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증하는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의료체계 점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어 “현재 소청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3차 의료기관, 특히 지방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 응급실과 중증 환자 병상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담 전문 의료인력 투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의료시스템 확보를 위해 지역별 진료 가능 병상과 의료인력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입원 치료를 비롯해 응급 및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점검과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또 재택치료와 외래 기반 진료를 활성화하고 환자 이송과 전원 의뢰, 응급의료 지원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도 코로나19 원스톱 진료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개원가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학회는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보험 정책, 비용 지원, 보상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게 보완돼야 한다”며 “혈액검사, 흉부방사선 검사, 간단한 수액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 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역기반 시설과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택치료 또는 외래 기반 진료 중에 갑자기 악화 소견이 발생하는 중증환자의 경우 빠르게 응급실이나 2~3차 기관으로 이송, 연계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적기에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신생아 출생, 수술, 기타 질환 등에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또는 병상 부족을 이유로 그 조치가 지연되거나, 원거리를 이동하는 일도 지양해야 하한다”며 “감염관리 지침을 적용하면서도 유연한 병상 전환과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전반적인 의료체계를 세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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