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상종에 중증응급환자 의료진 휴가규정 정비 권고
일선 의료진 “부족한 인력에 지금도 휴가 제한돼 있어”
중증응급 의료진 늘릴 수 있는 정부 정책 필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의 불똥이 중증응급환자 의료진의 휴가규정으로 튀었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환자 의료진 휴가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의 불똥이 중증응급환자 의료진의 휴가규정으로 튀었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환자 의료진 휴가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보건복지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환자 의료진의 휴가 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선 현장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증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모두 인력부족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그만 두겠다는 의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현장조사 결과 의료법상 위법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사망사건 당일 수술가능 의사 2명이 모두 부재한 게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서울아산병원 자체 휴가운영규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더불어 전국 상급종합병원에도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관련 규정을 정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지금도 중증필수과나 응급의료는 없는 인력 쥐어짜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케줄로 돌아가고 있는데 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족한 인력 때문에 근무 스케줄에 휴가까지 사실상 지금도 제한돼 있는 상황인데 정부의 권고 지침대로라면 지금보다 인력이 더 필요한데 인력 구하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때려치우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이건 나가라는 소리다. 하지 말고 그만두라는 소리로 들린다”며 “지금 스케줄도 인력이 없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권고는 예를 들어 응급수술을 할 수 있게 스케줄을 만들어 이에 맞춰 휴가를 가라는 얘긴데 응급의료법상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최소 4명 이상을 추가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고용할 수 있는 병원이 어디 있겠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또 “인력 비용에 대한 아무런 보조 없이 결국 이번처럼 휴가를 잘 조정해서 무리 없이 하라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기 편한 말”이라며 “나중에 이 같은 일이 재발했을 때 해당 병원은 복지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부도덕한 병원이 돼 버리는 거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의사와 돈밖에 모르는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증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진이 더 많아지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과 전문의 C씨는 “권고 지침이라지만 강제 규정일 수밖에 없다. 휴가를 강제하면 있던 의사들도 그만 두려 할 것”이라면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할 의사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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