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학회, 24시간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 부재 지적
“만성적인 저수가에 전문 인력도 부족, 체계 개혁 필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뇌출혈 환자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를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뇌졸중학회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를 비롯해 많은 뇌졸중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뇌졸중은 뇌혈관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과 뇌혈관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8일 공개한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의 15~40%는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환자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환자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뇌졸중학회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비슷한 경우는 실제로 비일비재했다”며 “자타 공인 우리나라 최고 대형병원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정도이니 상대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졸중학회는 “뇌졸중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치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24시간 365일 뇌졸중 환자 치료를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런 체계를 갖춘 병원이 지역별로 잘 분포돼 있고 119 체계와 잘 연동돼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뇌졸중 안전망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병원이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를 갖추려면 뇌졸중 환자를 즉시 수용할 수 있도록 뇌졸중집중치료실과 신경계중환자실이 항상 여유 병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제든 뇌졸중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수술실과 뇌혈관조영실 일부를 비워 둬야 한다. 물론 수술과 중재술이 가능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뇌졸중치료팀도 필요하다.

뇌졸중학회는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 대부분이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심평원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에 의하면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233곳 중 42.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학회 자체 조사에 의하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뇌졸중학회는 “거의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응급수술이 필요한 뇌졸중 환자를 위해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즉시 준비할 수 없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라며 “응급 수술이나 시술에 필요한 인력을 포함해서 급성 뇌졸중 치료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뇌졸중학회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365일 작동하는 뇌졸중 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심뇌혈관질환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뇌졸중학회는 “즉각적인 체계의 개혁 없이는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는 또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당장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뇌졸중학회는 “무엇보다 중앙-권역-지역센터에 이르는 전달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적어도 100개 정도의 권역 및 지역센터를 가능한 빨리 지정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에 의해 마련됐던 일부 취약 지역 중심의 단계적 지역센터 지정으로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불가능하다. 뇌졸중은 취약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의 대형 병원 안에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 1일 수가는 종합병원 기준 13만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병동 입원료인 16만710원보다 낮다.

뇌졸중학회는 “만성적인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보다 간호간병통합병동 수가가 더 높은 현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뇌졸중 응급진료를 감당해야하는 수련병원의 신경과 전공의 수를 늘려야 한다. 전문의 당직근무를 늘려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려는 방식은 결국 뇌졸중 전문의 수 감소로 이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달체계에 소속한 모든 구성원이 발병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장애 감소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응급의료체계와 심뇌혈관질환치료체계의 연계가 시급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