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호사들 “간협, 추모 아닌 정치적 메시지 강조” 비판
행동하는간호사회 “사망 간호사 업무 과중…업무연관성 조사해야”

대한간호사협회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에 있다고 했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간호사협회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에 있다고 했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간호협회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을 '의사 수 부족'으로 꼽았지만 간호사들 사이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간협이라면 현장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강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간협은 지난 2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를 추모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을 일으킨 원인이 과중한 업무 때문일 수 있다며 간협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 A씨는 3일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뇌출혈의 경우 과로와도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간호사 입장에서는 일하다 사망했다는 상황 자체에 분노하고 있다. 일하다 사고가 났으니 병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를 더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실제로 병원에서 당직 의사 한 명이 환자 100여명을 담당할 때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코드 블루가 발생하면 환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도 생긴다.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간협 입장문에는 의사 수를 증원하라면서 합리적인 근거나 설명이 들어있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간협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간호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간협이 의사 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간호사 업무강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사 C씨는 “'의사가 부족해서'라는 말이 맞는 건가”라며 “병원이 간호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점점 인력이 부족해져 간호사의 업무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루 일과에 자기 몸을 챙길 시간이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간호사들은 처우와 업무강도 개선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간호사 D씨는 “간협은 의사 수 부족을 핑계댈 것이 아니라 간호사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 처우 개선부터 해야 한다”며 “전·현직 간호사들과 간호대생, 미래에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사 E씨는 “의사 부족이 아니라 간호사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 아닌가”라며 “간호사 수도 못 챙기는 간협이 의사 수 부족을 논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간협이 추모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호사 F씨는 “어떻게 사람이 죽은 일에 '의사 수 부족'이라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나”라면서 "간협은 애도나 추모할 생각보다 이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 먼저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사망 간호사 업무 과중…업무연관성 조사해야"

행동하는간호사회도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업무 강도를 거론하며 업무 연관성에 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에 사망한 간호사의 노동강도가 적정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근속 연수 10년이 넘은 과장급의 병동 책임간호사로 근무 외에도 연구와 병동 관리 업무가 많아 초과 근무도 많았다"고 말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9월 의료기관인증평가도 예정돼있어 평가 준비를 위한 스트레스나 업무량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사망 사건을 단순 사고로 판단하지 말고 업무연관성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전국의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노동자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상세한 경위와 평소 인력 시스템, 조직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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