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S 이용한 세계 최대 단일세포 분석 통해 인간발생과정 규명
심사위 “사이언스 우수성 보여줘…다양한 연구 촉발 계기 되길”

2022 두산연강학술상 의학부문 수상 논문으로 지놈인사이트 김률, 박성열 외 23인의 '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이 선정됐다.

두산연강학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인천세종병원 원장)는 최근 회의를 열고, 총 74편의 논문 가운데 지놈인사이트 김률, 박성열 외 23인의 논문을 고심 끝에 ‘2022 두산연강학술상 의학부문’ 수상 논문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심사에 오른 논문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논문의 우수성과 의미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2편의 논문이 경합한 가운데 장시간 토론 끝에 지놈인사이트 김률, 박성열 지원자의 논문을 최종 2022 두산연강학술상 수상논문으로 결정했다.

2022 두산연강학술상 심사장면.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 인천세종병원 오병희 원장, 삼성서울병원 이원재 교수, 세브란스병원 윤주헌 교수.
2022 두산연강학술상 심사장면.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 인천세종병원 오병희 원장, 삼성서울병원 이원재 교수, 세브란스병원 윤주헌 교수.

Nature에 게재된 '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은 전장유전체기술을 이용하여 인간발생과정을 규명한 연구로, 사이언스의 우수성을 보여준 연구결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간발생과정(embryogenesis)은 윤리적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연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쥐나 예쁜꼬마선충(C.elegans)과 같은 다른 종을 이용해 연구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종마다 발생 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여러 가지 생리적 혹은 병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저자들은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기증된 시신 7구를 이용했다. 기증 받은 7구의 시신에서 334개의 단일세포와 379개의 조직을 떼어내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인간의 배아 발생과정 중 각각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DNA 돌연변이를 추적, 수정란으로부터 복잡한 인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세포들의 움직임과 돌연변이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초기 배아 세포들이 신체를 구성하는데 기여하는 정도가 일정하지 않으며, 일부 세포가 주도적으로 각 장기를 형성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인간의 발생 과정은 확률적인 모델에 의해 진행되어 사람마다 세포의 계통 분포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병희 심사위원장은 “이번 두산연강학술상 수상논문은 임상이 아닌 사이언스 우수성을 보여준 연구”라면서 “체세포를 이용해서 연구할 수 있는 툴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전장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 윤리적인 문제없이 인간의 발생과정을 추적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인간발생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향후 비슷한 방법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촉발되고, 이를 통해 인간 발생과정에서 야기되는 질환들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수상논문은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 이외에도 의사과학자로 과학계나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학발전을 이끌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면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까지 두려움이 많았을 텐데 이를 극복하고 좋은 연구결과까지 이끌어낸 김률, 박성열 선생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한편, 2022 두산연강학술상 심사는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메디플랙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을 비롯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윤주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원재 교수 등 4인이 맡았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2022 두산연강학술상 수상 소감

박성열 Chief Scientific Officer

두산연강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수료하였고, 선배 의사 분들의 길을 좇아 훌륭한 임상의사가 되고자 계획을 세웠다가,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동안 연구의 매력에 빠져서 의과학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현재는 GENOME INSIGHT Inc.의 연구소에서 대규모 NGS 데이터와 임상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때는 확신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두산연강학술상 수상을 통해 제가 걷는 길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 하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의과학 연구를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의사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배 의학도 여러분들도 의사는 당연히 병원에서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펼치셨으면 합니다.

김률 Chief Scientific Officer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 밤늦게 까지 남아 연구에 몰두하고, 주말도 마다하지 않고 매진했던 그때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 연구가 학계에서 인정받아 좋은 저널에 실리고, 또한 이렇게 두산연강재단 학술상 수상의 영광까지 누릴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주영석, 오지원 교수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연구실의 많은 동료들, 특히 박성열 박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어 낼 수 없었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연구가 향후 인간의 발생을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며,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연구들의 발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의학자이자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를 키우신 사랑하는 어머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연구에만 몰두하던 저를 믿어주고 묵묵히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인류의 의학발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의과학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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