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식 환자 치료 현실② 개원가의 과도한 OCS 처방
한양대병원 김상헌 교수 "스테로이드 부작용, 경각심 가져야"

기관지확장제, 흡입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대표되던 천식 약물치료는 생물학적제제 등이 등장하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증상 조절 등이 쉽지 않다. 한국인 천식 환자 중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있는 환자는 8%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진료지침이사)에게 국내 천식 환자의 진단 및 치료 현황과 증상 조절이 어려운 중증 천식 치료의 해법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개원가에서 천식 진단이 지연되고 단계적 치료를 무시한 약제 처방으로 국내 중증 천식 환자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ral Corticosteroid, 이하 'OCS') 위주의 처방이 불러오는 폐해를 지적하고 증상 조절이 어려운 중증 천식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가 가지는 임상적 의미와 활용법을 강조했다.

국내 천식 환자에서 OCS 사용, 왜 위험한가?

김 교수는 국내 개원가에서의 과도한 OCS 처방에 대해 "정말 위험하고, 심각하게 여겨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테로이드의 장기 사용이 가져오는 백내장, 고혈압, 골다공증 등 합병증 위험을 무시하고, 당장의 눈에 보이는 치료 효과를 위해 환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치료를 하는 만성질환은 이제 호흡기질환만 남았을 것"이라며 "심지어 통증이 심각한 류마티스질환도 과거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문제가 되자,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한 치료를 통해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기질환은 류마티스질환처럼 통증이 심각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특히 장기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전과 비교하면 점차 인식이 개선이 되고 있으나 여전히 천식에서 OCS 사용은 지나치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도 관리가 안되니 더 문제"라며 "중증 천식의 경우 OCS가 아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개원가에서 잦은 악화를 보이거나 OCS를 자주 사용하는 환자들은 중증 천식으로 보고 3차 의료기관에 의뢰해 진료하는 것이 필요한데, 한국은 아직 이러한 의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제제, 어떤 환자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김 교수에 따르면, 생물학적제제 치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군은 대부분 OCS를 장기간 사용해온 'OCS 의존성 환자'였다. 스테로이드 합병증의 위험을 안고서라도 OCS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생물학적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천식 악화가 잦은 환자와 고령의 환자를 꼽았다. 악화가 잦아 입원을 반복할 경우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입원 이후 후유증 등 환자와 가족들이 부담해야 하는 직간접적인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단, 김 교수는 천식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다양한 검사가 가능해야 하고, 환자의 동반질환 및 치료제에 대한 전문성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종류별로 타깃하는 천식의 표현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쓰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며 "때문에 약제별로 여러 검사를 통해 환자를 발굴해내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르고, 이것이 중증 천식 환자의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천식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는 두 가지다. 사노피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와 노바티스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다.

김 교수는 "두필루맙은 제2형 염증성 천식을, 오말리주맙은 알레르기성 천식을 적응증으로 가진다"라며 "범위로만 본다면 두필루맙이 더 넓은 범위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전을 본다면 두필루맙은 호산구를 제어하고 오말리주맙은 IgE(면역글로불린 E)를 억제하는데, 두 바이오마커 모두 제2형 염증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수치가 높게 나타나면 다른 수치도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다시 말해 겹치는 환자군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겹치는 환자에서도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수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환자가 가진 천식의 표현형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특히 '제2형 염증'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라며 "말초혈액 호산구 수치, 호기산화질소,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감작이나 면역글로불린E(IgE) 항체 등의 검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비용의 문제도 뒤따른다. 김 교수는 "제약사 차원에서 다양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병원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는 정부가 급여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제제는 조절 안되는 중증 천식 환자의 '해결책'

김 교수는 "천식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흔한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진단과 치료 목표, 악화 진단 등이 비교적 어렵다"며 "진단을 했다 하더라도 치료제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애매하고, 치료 반응에 대한 예측도 어려울 뿐더러 환자 한 명의 히스토리를 추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관리가 힘든 질환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치료제는 어떤가. 스테로이드의 경우 부작용이 문제이지만 효과 자체는 뛰어나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며 "이를 뛰어넘는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투자도 쉽지 않고 정부 입장에서도 생물학적제제의 급여를 고려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고용량의 흡입스테로이드(ICS)나 OCS를 사용하고도 천식 악화로 인해 자주 입원하게 되는 중증의 천식 환자들에게 생물학적제제는 분명한 해결책"이라며 "하지만 생물학적제제가 워낙 고가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환자와 병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해야 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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