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시스템 오픈 후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준요양기관 요양비 급여 청구, 전산도 가능
의협 “다른 형태의 원격진료·비대면진료” 반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비 전자처방전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되자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확대 기반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공단은 지난 4월 요양비 처방내역을 실시간 연계하는 ‘요양비 전자처방전 연계시스템’을 오픈했다. 전자처방전 발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병·의원이 공단 ‘요양기관 정보마당’에 요양비 처방내역을 등록하면 공단은 수급자(환자) 휴대전화로 처방전 등록번호를 전송한다. 수급자는 처방전 등록번호를 약국 등 준요양기관에 제출해 요양비 급여품목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준요양기관은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요양기관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인슐린주사에 사용되는 소모성재료 등을 판매하는 의료기기판매업소나 대여기관으로 공단에 등록한 곳을 말한다.

준요양기관에서 요양을 받거나 출산했을 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요양비다. 전자처방전이 가능한 요양비 급여품목은 당뇨병 환자 소모성재료(전극 포함), 자가도뇨 소모성재료, 인공호흡기, 기침유발기, 산소발생기, 양압기, 당뇨병관리기기(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자동주입기)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단이 연계시스템을 오픈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30일 서면으로만 가능하던 준요양기관 요양비 급여 청구를 전산청구도 가능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요양비 의료기기 등 구입(대여)에 필요한 서류 명칭을 처방전에서 ‘요양비처방전’으로 바꿨다. 또 의사가 요양비처방전을 공단이 정하는 정보통신망에 등록하거나 제출한 요양비처방전의 처방기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공단에 요양비처방전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정보통신망은 요양비 전자처방전 연계시스템을 의미한다.

의협은 다른 형태의 원격진료나 전화상담이라며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시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21일 “당뇨병 환자 소모성 재료 등 요양비처방전도 병원에서 발급하는 일반적인 처방전과 같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처방전을 원격 전송하고 공단 연계시스템으로 약국 등 준요양기관에서 관리한다면 이는 원격진료·비대면진료(전화상담)의 또 다른 형태”라며 “원격의료 등의 시초 또는 그로 인해 확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고 하나 원격의료 또는 비대면진료의 개념과 절차 등이 확립되지 않았고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번 개정안과 연계시스템 시행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제도 시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협은 또 “민간기업 서버 해킹,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 처방전 리필 등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전자처방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합의가 되지 않은 일방적 추진에 반대한다”며 “요양비처방전 또한 의료계와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이며 전자처방전 도입과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양비 전자처방전 연계시스템 운영을 강행한다면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공단 ‘요양기관 정보마당’에 요양비 처방내역을 입력하는 절차 등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추가되는 입력 행위에 대한 행정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작업을 최소화해야 하며 별도 추가되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전자처방전 연계를 통해 수급자 청구 간소화 시 전산화로 인한 정보 집적, 개인정보 유출, 공단 시스템 오류 발생 시 대안 등의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협은 이같은 의견을 정리해 개정안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오는 27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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