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교수 “연장보조요법 통해 재발률 낮춰”
“너링스정 급여 적용 통해 환자 부담 줄여야”

국내 바이오기업 빅씽크테라퓨틱스가 2021년 국내에 도입하며 의료계의 눈길을 끈 치료제가 있다. 바로 HER2 억제제 ‘너링스정(성분명 네라티닙말레산염)’이다. 미국 푸마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2017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너링스정이 드디어 국내에도 상륙하게 된 것.

지난해 10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너링스정은 국내 최초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연장보조요법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앞으로 너링스정이 국내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이경훈 교수를 만나 현재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 환경과 너링스정의 국내 도입 의의,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급여 적용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이경훈 교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이경훈 교수.

먼저 이경훈 교수는 “오늘날에는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유방에 있는 종양 크기가 2cm 이상인 경우에는 수술 전에 항암제를 먼저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많은 대형 병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며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표준 치료법을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표준 치료 이후에도 종양이 재발하거나 완치에 이르지 못한 환자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경훈 교수는 “HER2 종양은 재발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특히 현재 표준 치료로 많이 쓰이는 선행항암요법을 한 다음 완전관해가 아닌 경우에는 재발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거기에 대해 환자와 의사 모두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행항암요법 이후 완전관해 여부에 따라 후기 치료가 달라지며, 종양이 재발하거나 완치되지 못한 환자들을 위해 HER2를 표적하는 약제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등장하는 상황. 너링스정 또한 이러한 시도가 낳은 결과 중 하나다.

이경훈 교수는 “너링스정은 국내에서 연장 요법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수술 후 보조 요법으로 허셉틴 기반의 치료를 1년 정도 완료한 다음, 1년 동안 추가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인정받았고 또 유일한 연장을 보여줬다”며 “너링스정의 연장 보조 요법이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국내 도입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경훈 교수는 “선행항암요법 이후 완전관해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제 국내에서도 급여를 적용받게 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를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완전관해율이 약간 올라오기는 하지만 이 또한 100%는 아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약(너링스정)이 생겼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HER2에 대한 많은 약제들은 호르몬 수용체가 음성인 경우, 즉 HER2에 대한 의존성이 더 강한 경우에 더 큰 효과를 보여줬다. 그런데 너링스정은 독특하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HER2 양성을 같이 보이는 경우 효과가 더 좋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빅씽크테라퓨틱스 너링스정 제품이미지.
빅씽크테라퓨틱스 너링스정 제품이미지.

다만, 이경훈 교수는 너링스정의 뇌전이 발생 저하 효과를 강조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너링스정이 뇌전이 발생을 낮추는 효과를 보인 것은 맞지만 기존 치료제들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경훈 교수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은 다른 장기로도 전이가 되지만, 특히 뇌전이가 많이 발생하는 유방암이다. 선행항암요법을 통해 완전관해가 온 경우에도 뇌전이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아주 고약한 경우”라며 “뇌전이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약제가 뇌로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존재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얘기여서 어느 정도 선을 긋자면,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가 (뇌전이에) 안 듣는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양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모두 있다”며 “물론, 개념적으로 항체 제제 대비 소분자 약물이 좀 더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기 쉬우리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링스정이 뇌전이를 현저하게 낮춘다는 점도 데이터로 입증됐다. 다만, 너링스정의 가장 중요한 치료 혜택이 뇌전이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경훈 교수는 앞으로 너링스정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경훈 교수는 “수술 전 항암 치료를 했음에도 잔존 종양이 크고 림프절이 많이 남은 환자들이 있다. 이럴 경우 의료진으로서 정말 난감하다. 호르몬 억제제를 처방하지만, HER2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환자 스스로도 걱정을 하게 된다”며 “이런 환자들이 너링스정을 처방받기에 가장 좋은 대상자”고 말했다.

이어 “(연장요법으로) 1년간 허셉틴 치료를 받은 다움에 또 1년 간 너링스정 치료를 받게 되면 환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라며 “환자 부담금을 조금 높이더라도 우선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경훈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을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특히 호르몬 양성인 경우에는 최소 5년에서 길면 10년까지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HER2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는 종양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긴 시간동안 불안감을 안고 지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양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고,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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