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식 환자 치료 현실①중증 천식환자 증가 이유
김상헌 교수 "폐기능 검사 저수가로 진단 지연" 지적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 약물 처방 패턴도 우려"

기관지확장제, 흡입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대표되던 천식 약물치료는 생물학적제제 등이 등장하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증상 조절 등이 쉽지 않다. 한국인 천식 환자 중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있는 환자는 8%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진료지침이사)에게 국내 천식 환자의 진단 및 치료 현황과 증상 조절이 어려운 중증 천식 치료의 해법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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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식 환자 평균 연령은 왜 더 높을까?

김상헌 교수는 우리나라는 천식 환자 발병 시기가 다른 나라보다 성인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천식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인데, 관점의 기준은 언제 증상이 나타나냐는 것"이라며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나 평생 천식을 앓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어렸을 때는 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된 후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점에서 서양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어릴 때부터 천식이 발병해 성인이 되어서도 천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성인이 된 후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비교적 더 많아 천식 환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10살 정도 더 높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내 천식 환자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 또한 연령대와 연관이 있는데, 소아부터 천식을 앓은 환자는 알레르기 '같은' 천식을 앓는다"며 "여기서 '같은'이라는 의미는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 등이 동반돼 알레르기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성인이 되어서는 이러한 알레르기 특성이 약하게 나타난다"며 "때문에 국내에는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들이 비교적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기능 검사의 낮은 수가, 개원가 천식 진단 방해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국내에서는 천식이 비교적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다른 만성질환과 함께 1차 의료기관에서 조기에 진단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천식은 일차 진료에서 진단이 이뤄져야 하지만,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해 진단에 어려움이 많다"며 "증상을 바탕으로 의심해야 하고, 또 반복적인 폐기능 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천식기구(GINA)의 정의와 같이 천식은 '가변적인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은 환자에게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복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폐기능 검사에 대한 낮은 수가는 개원가에서 천식을 진단하는데 있어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원의가 폐기능 검사를 진행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뿌듯함' 말곤 없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천식의 치료 환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성 없는 개원가 진료 환경, 스테로이드 남용 우려

처음엔 감기로 의심해 병원을 전전하다가 뒤늦게 천식 진단이 이뤄지고, 이후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이하 'OCS') 위주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적잖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정석대로라면 흡입스테로이드(ICS)를 먼저 써야 하지만, ICS를 처방하려면 추가적으로 환자 교육을 시행해야 하고 환자는 빠른 치료 효과를 원하면서 이러한 진단 및 치료 패턴이 발생한다는 것.

김 교수는 "환자들은 빠른 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3~5일 만에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OCS를 처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만약 빠른 치료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면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원의 등의 입장에서는 OCS를 처방해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하지만 환자들은 증상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는다"라며 "그러다가 다시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 잠시 병원을 찾고 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치의제를 활용하는 나라는 아무래도 한 환자를 오랜 기간 진료하고 관찰할 수 있어 조금 더 신중히 판단해 천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천식 치료의 주치의 제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도한 복합제 처방, 중증 천식 환자 규모 키워

김 교수는 또 국내의 원활하지 않은 ICS 처방 환경이 결과적으로 중증 천식 환자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천식은 치료제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중증도를 판단한다"며 "고혈압으로 본다면 약 1개 복용하는 환자는 경증, 2개는 중등도, 3개는 중증으로 판단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천식은 기본적으로 완화제를 쓰다가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ICS를 추가한다. 여기서도 증상 조절이 어려우면 기관지확장제를 추가하고, 그 이후에 OCS까지 더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적어도 ICS에 기관지확장제를 결합한, 즉 복합제를 쓰면서도 조절이 어려운 4~5단계의 환자들을 중증으로 진단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중증 천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ISC 사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본다면 ICS 단독요법이 가장 많이 처방돼야 하는데, 오히려 ICS와 LABA(지속성 베타2 작용제) 복합제 처방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말해 처음부터 높은 단계의 치료제를 사용하고, 그 치료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천식 환자들은 비교적 높은 단계의 치료부터 받기 때문에 중증 환자 비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중증 환자의 비율을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남았는데, 천식 악화로 인한 입원율이 어느 정도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만 천식이 만성질환이다 보니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는 비율이 훨씬 많은데, 이 데이터마저 잘 관리되고 있지 않아 평가가 어려운 상황으로, 여러모로 국내 천식 진료 환경에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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