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6회 열리는 온라인 학술대회…의료계 족집게로 통하는 ‘인강'
의료계 유명 강사 초빙에 개원의 니즈 충족시킨 강의 내용 인기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 “의료전달체계 살리는 핵심 역할은 개원의”

의료계 내로라하는 일명 ‘일타강사’들이 송파구로 몰려들고 있다. 송파구의사회가 개최하는 춘·추계 온라인 학술대회가 이들의 무대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포인트’만 뽑아 공략한 강의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송파구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학술대회로 시간·공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강의를 들으려는 개원의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춘계와 추계 각각 3회씩 1년에 6회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학술대회에 1회 참여인원이 1,200명에 달한다. 송파구의사회 회원이 37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950명 정도는 타 지역에서 유입된 셈이다. 송파구의사회 학술대회로 인파가 몰리면서 수강생(?)을 더 이상 받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다.

송파구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원의들이 찾는 이유는 니즈(needs)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오늘 배워 내일 바로 써 먹는 학술대회’가 모토인 만큼 만성질환 관리부터 다양한 질환의 최신 수술적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진료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원의들을 위한 ‘인강’(인터넷 강의)인 것이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송파구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를 기획한 인물은 송파구의사회 임현선 회장이다. 지난해 14대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은 ‘최연소 지역구의사회장’이면서 송파구의사회에서는 ‘최초의 여의사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1996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한 임 회장은 전문의 취득 후 지난 2001년 송파구에서 20년 넘게 내과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회 회무 경력도 화려하다. 송파구의사회 법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하고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지만, 서울시내과의사회 공보이사부터 시작해 정책이사, 재무이사, 대외협력부회장을 거쳐 학술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내과의사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연소 타이틀로 서울시 25개 구의사회 회장단 간사가 되기도 했다.

송파구의사회 임 회장은 청년의사의 인터뷰에서 1차 진료 의사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역사회 의료전달체계를 살리는 핵심 역할을 1차 의료기관의 개원의들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역 내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 유기적으로 연결해 환자 진료를 한다면 불필요한 의료 쇼핑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의사회 임현선 회장

- 송파구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가 입소문이 났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술대회 개최가 힘들었다. 대면이 어려우니 온라인 강의로 학습의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좋은 강의이고, 좋은 교육이다. 강의 토픽은 송파구의사회 학술부와 함께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개업하고 환자를 보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도 있고 1차 진료에서 알아야 하는 지식이나, 새로 업데이트 되는 의학지식, 보험 청구나 노무 관련한 내용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피부과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일반적으로 많이 처방하는 A연고는 중등도여서 아이들에게 별로 안 좋지만 ‘아이들 피부 질환에는 A연고’라는 각인이 돼 자주 처방한다. 타성에 젖은 진료를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만든 강의가 ‘자주 처방하는 연고 총정리’였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알아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평점을 안 줘도 좋으니 강의를 꼭 듣고 싶다는 요청도 뒤늦게 있었다.

- 학술대회 개최 횟수도 상당하다.

추계와 춘계 총 6회를 강좌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시간 강의보다는 녹화강의를 제공한다. 또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반복 청취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VOD서비스도 만들었다.

- '인강' 형식의 온라인 학술대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개원의들이 많이 외롭다. 답답한데 해결은 해야 하고 어디 가서 배울 수도 없고 시간적인 제한도 있으니 이런 학술대회를 반가워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대면 학술대회가 개최되면 듣고 싶은 강의 1~2개 때문에 1박 2일 시간을 내야 한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양질의 강의를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의료계 인강’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회장 취임하고 바로 시작하게 됐다.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실습이 필요한 내용은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명 ‘송파구의사회 아카데미’인데, 한 달에 한 번 무료로 진행하는 초음파 핸즈온 코스가 그것이다. 선착순으로 15명 정도 모집해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명한 의사들을 초음파 강사로 초빙해 강의와 더불어 핸즈온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학술대회가 ‘인강’이라면 초음파 핸즈온 강의는 ‘족집게 과외’인 셈이다.

- 송파구의사회 온라인 학술대회가 갖는 차별점이 있다면?

최근 강의 내용 중 하나가 ‘췌장암의 수술적 치료’였다. 개원의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휘플’ 수술 밖에 모르는 것보다는 최신지견을 습득해 환자들이나 지인들이 물어볼 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련했다. 의사인데 아는 게 없으면 그 또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 아니겠나.

또 만성질환인 당뇨병 인슐린 치료를 개원가에서 시작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외래에서 인슐린 치료를 쉽게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강의도 한다. 잘 아는 만큼 대학병원에 가려는 환자 설득도 가능할 거다. 의사가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 해줘야 환자도 믿고 따라온다. 그래야 라포(rapport)도 생긴다. 특히 잘 알아야 적절할 때 환자를 전원 시킬 수 있고 그래야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지지 않는다. 결국 아는 게 힘이다. 적절하게 환자 케어를 잘 해야 1차 진료의 질도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강사에게 강의를 요청할 때도 구체적인 강의 방향을 제시한다. 논문 수준의 사전 질문을 만들어 전달하기도 한다. 그래야 일타강사의 족집게 강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

- 지역사회 활동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의사회의 지역사회 활동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온라인 강의를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송파구의사회에서 유튜브 채널 ‘송파십장생TV’도 만들었다. 잘못된 의료 정보를 바로 잡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역사회 아동·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취약계층 아이들은 방치된 경우도 많아 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송파구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모두 돌았다. 마스크가 부족할 때는 마스크를 지원하고 의사회 안에서 ‘소액 캠페인’을 진행해 후원금이 절실한 곳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송파구청에서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건강검진을 해주는 ‘드림 스타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의료적 개입을 송파구의사회에서 해주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중 80명 정도를 선정해 건강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거의 비정상으로 나왔다. 공무원들이 질환을 어떻게 관리해 줘야하는지 계획을 세우지 못해 의사회 쪽으로 도움을 요청해 왔다. 협약을 맺고 아이들의 건강관리를 맡아 해주고 있다.

또 코로나19 관련한 우울증에 대한 관심도 있다. 송파구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1차 의료기관과 함께 하는 ‘생명이음 청진기 사업’도 참여하고 있다. 문제가 많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보건소로 연결해주고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 1차 의료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 1차 진료를 맡고 있는 의사들이 전문의들이다. 1차 진료의 역할을 너무 낮게 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대형화, 전문화로 가고 있는 추세다.

1차 진료 의사의 역할은 전문의로서 전문의다운 진료를 하되 3차 병원에서 꼭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라면 의사회 네트워킹을 통해 구축된 생태계 안에서 환자를 진료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불필요한 의료 쇼핑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송파구 같은 경우 의사들이 넘쳐난다. 남는 게 의사다. 그래서 적절한 수가와 체계가 확실하다면 커뮤니티케어에서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 보장되지 않은 수가에 공무원적인 노동을 강요하면 안 된다. 최근 1차 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적정 수가와 의료진 안전이 보장된다면 참여하고 싶다. 행정적인 뒷받침이 되어 우리 손길을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 고령이나 만성·중증질환자 치료를 그 지역 의사들이 담당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