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의 교수 "시술 용이하고, 합병증 적어 장점…지속성 환자에도 효과"
"해외 사례 통해 안전성 등 확인…국내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냉각풍선절제술 임상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폐정맥 격리 단독 치료군과 폐정맥 격리 및 후벽 격리 결합 치료군을 12개월 간 비교 관찰했다. 연구결과 단독 치료군과 결합 치료군간 합병증 발생 비율은 비슷했으나, 결합 치료군에서 심방 빈맥 재발률은 유의미하게 낮았고, 무재발 생존율은 유의하게 높았다.

그간 심방세동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낮거나 구조적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시술적 방법을 적용할 경우, 고주파를 이용한 전극도자 절제술이 주로 이뤄져 왔다. 연구는 고주파 에너지가 아닌 냉각 에너지를 활용한 시술이 중등도 환자 등에도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2월 유럽심장학회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이에 연구를 주도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에게 국내 심방세동 치료 현황과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 등에 대해 들었다.

한편, 영하 89도의 냉각 에너지로 심방과 연결된 폐정맥을 한꺼번에 격리시켜 전기신호를 차단하는 냉각풍선절제술은 2018년부터 국내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

-국내 심방세동 환자 추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6%가 넘는 등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병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가 증상을 느껴야만 병원을 찾았지만, 현재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스크리닝이 이뤄지고 있다. 시계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개인이 스스로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해당 데이터를 갖고 병원을 찾는다. 이런 검사 툴(tool)이 매우 선진화되고 보급된 것 또한 유병률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데이터를 보니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는 점차 감소한 반면, 지속성 환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평소 아무 문제 없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빨리 뛰다 보니 환자들이 그 증상을 비교적 잘 느끼고, 그만큼 병원을 찾는 비율도 높다. 반면 지속성의 경우 심방세동이 지속된 상태로 증상을 못 느끼는 환자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의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상당수는 증상을 잘 못 느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원인이나 건강검진에서 심방세동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을 방문해야만 진단이 가능한 과거 병원 중심 의료 체계에서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진단 비율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진단 기술 발전으로 환자 중심 의료 체계로 변화하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스크리닝에서 진단되는 환자 비중이 늘었고 이에 따라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비율도 같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심방세동 치료는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느려질 때 심박수를 조정해 주는 ‘레이트 컨트롤(심박수 조절 치료, rate control)’, 심박을 정상동조율로 회복시키고 이를 유지하는 ‘리듬 컨트롤(율동 치료, rhythm control)’ 등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과거에는 심박수를 조절하는 치료가 주된 방법이었다면 지금은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리듬 컨트롤, 즉 심박을 정상동조율로 돌리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리듬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방법도 약물, 시술, 수술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 중 약물치료 시 사용되는 항부정맥제는 그 효과가 약 30% 정도다. 지속 시간은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년 정도로,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항부정맥제는 특정 비정상적인 세포만이 아닌 심장 세포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할 때 부작용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이유로 약물적 치료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후 비약물적 치료가 등장했는데, 그 치료 효과를 살펴보니 10명 중 약 7~8명에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비약물적 치료가 약물 대비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활발하게 도입됐고 이들의 임상 데이터도 많이 축적되고 있다. 여러 임상을 통해 심방세동을 초기에 치료하고, 리듬을 정상화 시킬수록 환자 예후도 좋아진다는 것이 발표되면서 많은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치료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방식에는 비약물적 치료법인 시술 또는 수술이 있다.

국소 부위에서 발생하는 악성파형 때문에 발생하는 심방세동 질환 특성상, 약물만으로 치료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악성파형만을 제거하는 것이 심방세동 치료 근간이기 때문에 수술과 시술과 같은 비약물적 치료법이 약물 치료보다 훨씬 좋을 수밖에 없다.

-시술과 수술의 장단점은.

수술은 환자 저항이 크다. 수술은 입원하는 기간만 4~5일이 되고 일상 회복까지 한달 정도가 걸린다. 반면 시술은 전날 입원한 뒤 1시간 내외로 받고 다음날 퇴원해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치료 효과 측면만 보면 수술이 시술보다 좋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 저항 등 전반적인 과정까지 놓고 본다면 시술도 수술 못잖게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어떤 치료법이든 베네핏(benefit)과 리스크(risk)를 모두 갖고 있는데 이들 간 균형이 중요하다. 수술치료는 베네핏, 즉 치료 효과가 좋지만 그에 따르는 위험도 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심방세동 치료에 수술보다 시술을 더 많이 택하는 이유도 안전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시술 치료에서 고주파를 이용한 방법이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맞다. 고주파(RF) 에너지는 피부과 영역에서 오래 전부터 쓰여 왔는데, 어떤 조직을 괴사시키거나 제거할 때 쓰인다. 다만 고주파 절제술은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른 치료 편차가 크다. 이에 보다 일관된 치료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서 개발된 것이 ‘냉각풍선(크라이오 벌룬, Cryoballoon)’이다. 풍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도 고주파, 레이저, 냉각 등 3가지가 있다. 각 에너지마다 장점이 있는데, 심장 부위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냉각 에너지가 레이저, 고주파 대비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데이터가 축적되며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은 최근에 국내에 도입됐는데.

국내에는 도입된 지 4년 정도 됐으나, 글로벌에서는 이미 2006년도부터 널리 쓰이고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이점과 한계점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이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술의 도입에 대한 저항감이 훨씬 적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냉각풍선절제술 도입 후 시술 건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열 에너지와 냉각 에너지를 사용할 때 각 시술 방법에 차이가 있나.

심장 내에서 기기를 조작하는 테크닉 자체는 어느 정도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라면 큰 차이가 없다. 치료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냉각 에너지는 도입과 동시에 시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냉각 에너지의 효과나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냉각풍선절제술이 치료 효과가 좋고 합병증이 적지만 초기 환자에 적합하고, 보다 진행된 환자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냉각풍선은 한 번에 4개의 폐정맥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기술 자체가 의료진이 보다 쉽게 폐정맥을 격리할 수 있게끔 고안된 것이라 비정상적 심장 세포가 폐정맥 주위에 분포해 있는 질환 초기 단계의 환자에게 적합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질환이 좀 더 진행된 환자에도 사용되고 있다. 보다 질환이 진행된 환자에게 냉각풍선절제술을 적용했을 때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 시작했고,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재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초기뿐만 아니라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치료로도 승인됐다. 국내의 경우, (비교적 늦게 도입이 되었다 보니) 초기 환자를 중심으로 냉각풍선절제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인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냉각풍선절제술 연구를 발표하셨는데, 계기가 있나.

냉각풍선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한국에 도입된 만큼 한국인에게도 효과적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국내 도입 자체가 늦다 보니 이미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이미 10년 전 글로벌에서 증명된 내용을 그 대상만 한국인으로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연구는 초기가 아닌 중증도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냉각풍선절제술을 사용했을 때 그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수가 100명으로 타 임상 대비 매우 적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심장병학회 학술지 ‘유로 페이스(Europace)’에 실릴 수 있었던 이유도 데이터가 비교적 적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연구 결과는 어떠했나.

냉각풍선은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폐정맥 주위의 악성파형을 한 번에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기다. 하지만 악성파형 외 폐정맥과 폐정맥 사이, 그리고 좌심방과 연결된 부위의 조직까지 확장해 냉각 에너지로 괴사시켰다. 한 마디로 시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조직을 광범위하게 격리한 것이다. 이렇게 시술 범위를 확대했을 때, 합병증은 증가하지 않았고 치료 효과는 훨씬 높았다. 이러한 시술법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괴사 부위를 넓혔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은 고주파 절제술이 이뤄질 당시에도 밝혀진 사실이다.

고주파 시술에서 이뤄지고 있던 방식을 냉각풍선에도 접목시킨 것이지만, 냉각풍선에서는 이 방식을 시도했던 사례가 없었다. 이번 연구가 첫 사례였고, 냉각풍선으로도 광범위한 절제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려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향후 냉각풍선절제술의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냉각풍선절제술은 미국에서 초기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 치료로만 승인됐다. 그러다 2년 전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적응증이 확대된 이유는 냉각풍선절제술을 통해 치료 가능한 환자 범위를 넓히고, 안전성은 보장하면서 치료 효율은 높일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발작성 환자뿐만 아니라 지속성 환자에서도 보다 널리 쓰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냉각풍선절제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려되는 병용 치료는.

일본, 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같은 환자에게 여러 치료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한 환자에게는 한 가지 치료만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이는 재정적인 한계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여러 치료를 같이 결합해 사용하고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이 어느 단계까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어디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냉각풍선절제술이라는 기술도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개선하거나, 풍선 지름 사이즈를 더 키우는 등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의료진은 현재 나와 있는 기술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민하고, 개발자는 현재 기술이 갖는 단점이나 한계를 보완하고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학도 발전할 것이기에 현재 존재하는 한계를 언젠가 극복한다면 적용 범위는 계속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