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KMA POLICY특위 ‘원격의료’ 논의 자리 마련
“원격의료 금기어였는데 논의하는 것 자체 뜻깊은 일”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 왜 필요한가” 반대 의견도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의사들도 많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비대면 진료 도입이 가져올 파급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비대면 진료를 바라보는 의료계 내부 시선은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특별위원회가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지난 2일 부산 호르메스호텔에서 개최한 2022년 상반기 세미나 겸 워크숍에도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의료계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이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모델 연구 결과도 늦어도 오는 8월초에는 나온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 자체가 ‘상전벽해’라고도 했다.

이날 정부의 비대면 진료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했던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제가 여기에 와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KMA POLICY특위 의료·의학분과 신동일 위원도 “의료계에서 원격의료는 금기였다.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꺼내고 있다. 왜 그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부산 호르메스호텔에서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2022년 상반기 세미나 겸 워크숍을 개치했다.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부산 호르메스호텔에서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2022년 상반기 세미나 겸 워크숍을 개치했다.

비대면 진료 부작용 우려 많아…“한시적 허용한 지금도 ‘닥터쇼핑’”

하지만 비대면 진료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의협 KMA POLICY특위 김홍식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그로 인해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40대 환자가 전화해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해 달라고 했다. 처방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바로 전화를 끊더라”며 “치료제를 선택하는 주체가 의사가 아닌 환자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금도 이런데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 환자들이 ‘닥터 쇼핑’을 다닐 수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비대면 진료 도입은 하나 마나다”라며 “원격의료 반대론자는 아니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더라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주도 원격의료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은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비대면 진료 대상과 질환, 초·재진, 제공기관 등 허용 범위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문 실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더라도 지역을 정해서 1차 의료기관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공공의료나 지역 상급병원은 하지 못하게 하되 원양어선 등 일부에 국한해서만 하도록 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하되 상급병원은 필요할 때 원격협진만 하는 방안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하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우리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 그만하자…기존 플랫폼 사라질 것”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도 그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때문에 의료계는 반대만하지 말고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제안하는 등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권인호 교수는 “원격의료를 법적으로 허용하더라도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은 오래 걸리고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오라고 하거나 간단한 약을 처방해주는 정도”라고 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해서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오히려 지금의 플랫폼 업체들은 다 없어질 것이다. 현재 쓰고 있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으로 원격의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분야는 불나방이다. 투자자가 돈을 밀어 넣었는데 그나마 최근에는 경기가 나빠져서 투자를 회수하고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면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데 현재 플랫폼 업체들은 시류에 편승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의약품 배달에 대해서도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배송에 반대하면서 변질될 수 있고 오배송 우려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녹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배송되는 시대”라며 “반대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의료계를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만하자. 비대면 진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제안하자”며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화상 대면 진료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10대, 20대는 모든 걸 핸드폰으로 해결하는 세대다. 이런 세대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관점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해서는 안된다”며 “지금 바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인천시의사회 조병욱 총무이사는 “원격의료를 왜 해야 하는가. 비대면 진료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환자의 편익을 위해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고 하면 의원뿐만 아니라 병원과 종합병원까지 다 풀어줘야 한다. 재진 환자만 된다는 것도 내 병원에 다니는 환자를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쓰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 이사는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더니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의원급으로 제한해도 2·3차 병원은 부설 의원을 만들어서라도 비대면 진료에 개입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이유, 공급자를 설득할 아젠다를 던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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