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시장 급성장에 국내외 다수 기업 잇달아 '참전'
선점한 셀트리온·삼바에피스, 공급망과 품질로 경쟁 승부수
“‘싼 약’ 아닌 최신 기술 적용 합리적 제품으로 자리 잡아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후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 모습.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 모습.

현재 종근당, 동아ST(동아에스티), LG화학, 알테오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삼천당제약, 휴온스랩 등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으며, 일동제약은 한발 더 나아가 바이오베터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과 기대의 저변에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 또한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란 추론이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간한 ‘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수출의 경쟁력 분석(2021 24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최근 7년 간(2012~2019년) 연평균 8.6% 성장했으며, 향후 6년(2020~2026년)간에는 연평균 10.1% 성장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특히 주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2020년 이후 대거 만료돼,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적으로 2023년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미국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비용 및 소요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최근 세계 각국이 의료비 재정 부담을 축소하고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장려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을 잘 포착해 바이오시밀러로 신속하게 출시하는 기업은 기존 신약이 독점했던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 사례가 바로 셀트리온의 ‘램시마(성분명 입플릭시맙)’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2013년 9월 유럽에 출시된 지 5년여 만에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처방액을 추월했으며, 국산 의약품 중 최초로 해외 시장에서 연간 처방액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지날의약품 가격 경쟁 방어에 바이오시밀러 기업 '난감'

그러나 두 기업을 포함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 앞에 꽃길만 펼쳐진 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2023년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 가장 큰 이벤트가 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진출의 경우,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내 신약개발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휴미라 유럽 특허가 만료될 당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던 애브비가 자사 제품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80% 가까이 낮췄다. 그 때부터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출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파격적으로 깎는 전략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인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는 선두 주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통해서도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4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제1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양은영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현재 차바이오텍 전무)는 “로슈나 애브비, 머크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그동안 (오리지널) 제품을 통한 이윤을 실현(return)했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 가격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고 성토했다.

셀트리온 제3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3공장 전경.

셀트리온 “탄탄한 공급망”…삼성바이오에피스 “제조공정 고도화”

결국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강조해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우려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사가 가진 장점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가져가겠단 전략이다.

셀트리온 그룹은 자사의 강점 중 하나로 탄탄한 글로벌 공급망을 강조하고 있다.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의 경우 태국, 호주 등에서 품절 이슈가 있었던 반면, 자사 제품의 경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공급에 차질을 빚은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품절 이슈가 여러 건 있었다”며 “유럽 등 정부 관계자와 얘기를 해보면 공급망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입찰 시 품절 이슈가 없는 기업에 가산점을 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고 전 세계 120여개국에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단 한 번도 품절이 없었다. 자체 생산시설을 통해 대규모 생산 역량을 보유한 덕”이라며 “미국 시장에서도 이 같은 장점이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세우는 장점은 ‘일관된 제품 품질’이다. 과거 로슈의 블록버스터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이 항체의존성 세포독성(ADCC) 활성과 FcγRⅢa 활성에서 '드래프트'(Draft)가 발생하는 등과 같은 문제 소지를 최소화했다는 것.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생산 배치별 품질변화, 즉 드래프트가 발생할 수 있는데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의 경우 이러한 변동성이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조공정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오리지날 의약품을 면밀히 분석했으며, 체계적인 개발 및 공정 절차를 통해 엄격한 품질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치열해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

또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도 “바이오시밀러를 ‘그저 가격이 싼 약’이 아닌 ‘최신의 공정과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는데도 기존 의약품보다 더 저렴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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