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은 적극 처방 권유…국내 임상 현장에선 물음표 여전
“오리지날-바이오시밀러 스위칭, 환자 자율성 존중해야”
국내 의료진 “처방 자신감 가져야…편의성 개선 필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외 진출을 통해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두 기업 외에도 종근당, 동아ST, LG화학, 알테오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영국 리즈대 류마티스내과 폴 에머리(Paul Emery) 교수.
영국 리즈대 류마티스내과 폴 에머리(Paul Emery) 교수.

이처럼 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활발하지만 정작 국내 의료 현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은 걸음마 단계다.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들에게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처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료진의 의문 섞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여기에는 급여 적용 시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약가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유도하는 EU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2월 발간된 국제 저널 ‘관절염 및 류머티즘 세미나’에는 ‘바이오시밀러의 비용 절감은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시스템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논문이 한 편 게재됐다.

유럽류마티스학회장을 역임한 노르웨이 오슬로 디아콘젬멧병원 류마티스내과 토르 크비엔 교수 등이 저술에 참여한 논문에 따르면,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영국 전문의에게 가장 저렴한 옵션을 사용해 치료를 시작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벨기에와 독일은 의사가 환자의 최대 40%에게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도록 하는 할당제 시스템이 마련했으며, 노르웨이는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는 경우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에포에틴 및 필그라스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렀다.

다만, 인센티브와 같은 유도책만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학술대회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있는데도 바이오시밀러를 쓰는 건 소위 ‘짝퉁’을 처방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소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노시보 효과도 바이오시밀러 처방의 과제로 꼽힌다. 노시보 효과는 약효에 대한 불신 또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로 인해 약을 올바르게 처방했는데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환자 신뢰도를 제고하지 못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우려들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다가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는 전환, 이른바 ‘스위칭’의 장기 안전성 결과를 꾸준히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서 바이오시밀러를 받아들인 유럽의 의료진은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 어떤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까?

지난 6월 1일부터 4일(현지시간)까지 열린 ‘2022 유럽류마티스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만난 영국 리즈대(University of Leeds) 류마티스내과 폴 에머리(Paul Emery) 교수는 노시보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는 질문에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답했다.

에머리 교수는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위칭 후에도 원한다면 언제든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며 “실제로 다시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 받는 환자도 있었지만 다수의 환자들이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1일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에서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가 바이오시밀러 관련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에서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가 바이오시밀러 관련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처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42차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KCR 2022)에서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제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진석 교수는 “국내에선 환자가 체감하는 가격 면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큰 차이가 없다”며 “주사가 덜 아프거나 용량이 적거나, 약이 혈관 밖으로 덜 새게 한다든지 하는 편의성 면에서 특장점을 지닐 필요가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을 향해 조언했다.

발표자로 나선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 의사가 환자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줌으로써 노시보 효과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의사 스스로도 그간 확보된 실사용데이터(RWD)를 통해 처방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좀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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