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중국 제약기업들의 한국 도전기① '안텐진'
작년 한국법인 설립 후 혈액암 신약 허가…항암제 분야 전문
김민영 대표 "엑스포비오, 치료방법 없는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희망"

최근 안텐진, 에베레스트메디슨, 베이진 등 중국 제약사들이 속속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원료의약품 등 기존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했던 것과 달리, 암 등 중증질환 관련 신약을 앞세워 전면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지만 생소한 브랜드, 한국 내 팽배한 중국산의 저가 이미지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이에 중국 제약사 한국 법인 대표들에게 향후 계획과 목표 등에 대해 들었다.<편집자주>

지난해 3월 설립된 안텐진 한국법인 안텐진코리아의 김민영 대표는 지난 30년 간 국내와 글로벌 기업 등 제약산업 전반을 경험한 것은 물론, 병원계까지 섭렵한 말 그대로 헬스케어산업 ‘전천후 전문가’다.

그런 김민영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career) 정점을 찍을 곳으로 안텐진을 선택했다. 제약바이오업계로 볼 때,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신생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안텐진에 어떤 비전을 봤기 때문일까.

김민영 대표에게 안텐진이 가진 기업 가치와 한계 등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한편, 김민영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인 릴리 한국지사 등에서 13년 동안 마케팅 등을 총괄하며 리더 경험을 쌓았다. 또 아이큐비아의 전신인 IMS헬스케어, 서울대학교병원, 부광약품 등에서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안텐진 합류 전까진 입센코리아 제너럴매니저(GM)로 6년간 재직했다.

안텐진코리아 김민영 대표
안텐진코리아 김민영 대표

- 안텐진코리아의 수장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지난 6년간 입센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입센에서는 회사와 직원들과 함께 성장했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GM으로서 그간 많은 일을 했지만, 5년 정도가 지나니 내가 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이제 회사에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안텐진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후 안텐진 리더십팀과의 미팅을 가졌는데, 회사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나의 마지막 커리어라는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안텐진은 어떤 회사인가. 그 목표와 비전도 궁금하다.

안텐진은 혈액암과 고형암을 전부 아우르는 항암제에 특화된 회사다. 현재는 15개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8개 후보물질과, 파트너십을 통해 라이선스 인(License In, 기술매입) 한 7개의 후보물질이 포함돼 있다. 도입한 7개의 후보물질은 BMS, 아스트라제네카 등 탄탄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했다.

현재는 아시아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글로벌시장 진출이 궁극적인 목표다. 자체물질 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인 한 물질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 개발권을 가진 것도 있다.

- 항암제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단기적으로는 혈액암 분야에서 'First in Class'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이는 추후 개발될 고형암에서도 마찬가지긴 하다.(웃음) 안텐진은 항암제 분야에 'First in Class', 'Best in Class' 제품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 되고자 한다.

- 한국시장에 출시된 혹은 진출을 앞두고 있는 제품들은.

안텐진은 전임상부터 1~3상에 걸쳐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 중 상업화 단계에 이른 제품은 현재 '엑스포비오(성분명 셀리넥서)'가 유일하다. 엑스포비오는 다발골수종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 적응증을 가진 혈액암 치료제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고, 그 외 중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도 허가 받았다.

엑스포비오는 기존 2개 적응증 외에서 적응증 확대를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골수섬유종뿐만 아니라 T세포 림프종, 백혈병 등에서 연구가 진행 중인데, ASCO 2022에서는 자궁내막암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고형암에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밖에 '엘타넥서(개발명 ATG-016)'라는 소분자의약품이 3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이 제품 또한 골수이형성증후군 등에 사용되는 혈액암 치료제이면서, 고형암(직장암)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mTOR 억제제인 '오나타서팁(개발명 ATG-008)'의 경우 간세포암 치료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마케팅, 영업 등 한국지사의 조직 구성은.

현재 8명이 안텐진코리아의 임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메디칼 3명과 커머셜 헤드를 중심으로 마케팅 1명, 영업 2명을 뽑았다. 츨시된 품목이 엑스포비오가 유일하고, 아직 급여를 적용 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들의 의약품 목록 등재에 집중하고 있다. 엑스포비오의 급여가 가시화되면 인력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엑스포비오 단일 품목인 상황에서는 코프로모션이 아닌 자체적으로 영업 마케팅 활동을 해 나겠지만, 추후 출시 품목이 많아지면 코프로모션, 파트너십 등도 고려할 계획이다.

-안텐진코리아의 시급 현안은 '엑스포비오'의 급여라는 말인가.

그렇다. 엑스포비오가 현재 허가 받은 적응증은 다발골수종 5차 치료다. 앞서 네 가지 치료를 받고 재발한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유일한 치료옵션이 엑스포비오다. 환자수는 적지만 이 단계에서는 구제화학요법 말고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 그만큼 엑스포비오의 급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엑스포비오가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으로 허가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번째 급여 신청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엑스포비오가 미국, 유럽 등 다수 국가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가 적용되는 국가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엑스포비오와 같이 대체제가 없는 신약이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경평면제제도를 통해 급여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3개 이상의 A7 국가에서 등재된 품목이야 한다. 엑스포비오가 등재된 A7 국가는 현재 미국밖에는 없다.

지금 당장 엑스포비오의 사용이 시급한 환자들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경평면제제도 조건을 자력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 선진국에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참조할 국가가 없다고 꼭 필요한 약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은 고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 한국 시장에서의 단기,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분명하다. 엑스포비오의 급여 적용이다. 하루 빨리 엑스포비오에 급여가 적용돼,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그 이후에는 타깃 환자 발굴과 시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국내 임상시험도 다채롭게 진행할 계획이다. 엑스포비오가 'First in Class' 의약품이다 보니 국내 의료진의 관심이 상당하다. 연구자 주도 임상에 대한 제안도 많이 받고 있다. 국내 연구 활동들을 지원함으로써 적응증 확대와 국내 데이터 생성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본사 파이프라인을 차근차근 들여와 한국안텐진의 규모가 더 커졌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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